맛과 멋을 아는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
요즘 새삼스럽게 빠져 있는 시리즈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Agatha Christie's Poirot》 이다. 원래도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이 유명한 시리즈의 몇몇 에피소드는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전 시즌을 꼼꼼하게 보고 있는 것은 처음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중. 덕분에 브런치는 제껴두고
에르큘 포와로는 셜록 홈즈만큼은 아니지만, 약간이라도 추리소설을 읽어 보았다 하면 모를 수가 없는 소설 속 유명한 명탐정인데, 영국 추리문학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데임(Dame) 아가사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면서 개성을 뽐내고 있다.
달걀 모양의 머리통(!)에, 작고 똥똥한 포와로는 추리 실력만큼이나 미식에 대한 수준도 높은 편이다. 특히 이 콧수염 아저씨가 귀엽다고 느껴지는 점은 그의 음식과 음료에 대한 명확하고도 집착에 가까운 취향이다.
포와로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크렘 드 카시스(Creme de Cassis)인데, 블랙커런트 시럽이라고 볼 수 있다. 나름 유명한 프랑스식 칵테일 '끼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벨기에 출신인 포와로도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크렘 드 카시스를 즐겨 마신다.
그리고 진한 핫초콜릿도 포와로가 즐겨 마시는 것 중 하나인데, 그의 친구인 영국인 헤이스팅스는 그 음료들을 '유독한 음료(Noxious)'라고 표현한다. 아침부터 저런 음료를 마시니 확실히 살이 찔 수밖에 없겠다 싶으나 - 그리고 심지어 중간에 비만 판정을 받기도 한다! - 포와로는 자신의 취향을 꿋꿋이 고집한다. 리스펙.
이렇게 티 글라스에 섬세하게 담아 음료를 홀짝거리는 포와로. 물론 먹는 것도 매우 신경 써서 먹고, 먹기도 많이 먹는다. '하루에 세 끼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불만이네' 라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위급한 상황에 찾아온 의뢰인과 함께 자리를 옮겨 가면서 이것 저것 많이도 먹고 나서 겨우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귀엽기 그지 없는 아저씨다.
크렘 드 카시스와 코코아 외에 그가 자주 즐기는 음료는 티젠(tisane)이라고 불리는 허브 차 종류이다.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긴 하지만 벨기에 출신이자 벨기에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높은 그의 개성을 명확히 드러내 주는 부분인데, 홍차보다는 다른 음료를 즐기는 것. (참고글: 엄마의 유자차는 차가 아니에요)
그가 가장 좋아한다고 하는 허브티는 '카모마일(Chamomile)'인데, 현대에도 많이 마시는 종류다. 특히 불면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피부 진정과 보습 기능도 있다고 한다. 물론 카모마일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 이 기능을 확실히 얻으려면 위장에 부담이 갈 만큼 마셔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평소에 꾸준히 마시는 습관을 가지면 효능이 있긴 하다.
..., the flap of the tent was lifted and Hassan appeared, bearing a steaming cup which he offered to Poirot. It proved to be camomile tea, a beverage of which he is inordinately fond.
텐트가 들춰지면서 하산이 나타났고, 그는 포와로에게 따뜻한 컵을 가져왔다. 그것은 포와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카모마일 차였다.
- 이집트 무덤의 모험 中
참고로 카모마일 차를 마신 포와로는 쓰러진다. 하산이 차에 뭔가를 넣은 것. 나같으면 그 이후에는 왠지 무서워서 카모마일 차를 못 마실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티젠 외에 진짜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심지어 꽤 자주 마시긴 한다. 의뢰인이나 용의자를 방문했을 때도 항상 차를 대접받으며, 포와로의 집에서도 티타임 장면이 나온다.
때로는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 '수지 쿠퍼Susie Cooper'의 아르데코 스타일 도자기가 나오기도 한다. 위 장면에 나온 슈가 보울과 크리머는 193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속의 시기를 생각해 보았을 때, 최신 유행을 따르는 세련된 포와로의 스타일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장면.
참고로 수지 쿠퍼의 디자인은 영국의 공예/디자인 박물관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도 소장된 작품이 있을 만큼 브랜드의 가치가 높고,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콜렉터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매니아들도 많아서, 가끔 당근마켓에 나오면 빛의 속도로 팔려 나간다. (참고글: 찻잔 초보의 당근마켓 체험기)
그 밖에도 향수, 가드닝, 옷차림, 콧수염 정리법에 대한 포와로의 명확한 취향은 셀 수 없이 많다.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추가적으로 재미난 포인트가 생기면 또 글을 써 볼 예정. 참고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Agatha Christie's Poirot》는 '왓챠'에서 서비스하는 중이다. 왓챠에서 받은 건 없습니다
*브런치북도 읽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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