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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나무를 심는다면 어떻게 될까?

잘 자란다... 그 증거를 보시죠.

내가 의과대학 시절 전설적인 선배님이 계셨다.

그분은 어느 날 가족들을 아무도 가지 않는 오지의 땅으로 떠나셨다.

파송예배를 드리던 날, 막 축복을 해드려야 되는 그때...

남들은 더 좋은 집을 사고, 자녀들을 더 좋은 학교에 보내려 아등바등하는데, 과연 저것이 옳은 일인가. 꼭 그래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부터 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님이 사막에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고, 그곳에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재우고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막에 병원을 짓는다고 하셨다. 그때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용돈을 모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 했던 내 마음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참 많은 위인전기를 읽으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 결심을 했다. 퀴리부인 같은 성공한 여성이 되겠노라고....

그런데 그 숱한 결심을 한방에 무너트린 위인이 있었으니 그분은 바로 '장기려'박사님이다.

‘성산 장기려’의 위인전을 읽고, 그 이후로 어떤 위인도 닮고 싶단 생각이 없어졌다.

어차피 난 그렇게 안될 테니까....


선배님의 삶이 그랬다.

어차피 난 그렇게는 못 살 테니까....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선배님이 의 아름다운 삶이 전해져, '아산 봉사상'을 수상하시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이 지난 20년간 사막에 세운 기적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던 사막 땅에 기숙사가 세워지고,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교사가 되어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병원 건축현장

죽음의 땅이었던 사막에 병원이 세워지고, 지금은 수준 높은 수술을 하고 수많은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라.

분명 아무것도 없던 메마른 사막 땅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처럼, 그곳에서 살아난 생명들처럼 푸르디 푸르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꽃이 피고 있다.

병원 뒤뜰에는 사슴들이 자라고 있고, 병원의 나무에는 매일  천마리가 넘는 새들이 날아든다.

도대체 그 전에는 어디에 살던 새들일까? 사막에 새들이라니...

'아산 봉사상'수상식을 위해 한국에 와 계신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궁금한 게 있어요. 그 나무들은 사막인데 어떻게 그렇게 잘 자란 거예요?"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가 쓴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나무에 줘요. 그러니까 그렇게 잘 자라더라고요. 나무가 얼마나 울창한지 매일 천 마리가 넘는 새들이 와요."


선배님은 지금도 코로나 병원에 계신다고 하셨다.

또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왜 항상 봉사하는 사람만 봉사를 하는 건지...

그래, 어차피 내가 장기려 박사님이나 선배님처럼 될 수는 없다.

그건 마치 인간이 예수님이 되려고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나도 그 사막 병원 앞에 나무 한 그루쯤은 심을 수 있지 않을까?

(매일 물을 못주니까 안 되는 건가? 옆에 나무 물 쪼끔 땡겨쓰면 안되려나???ㅎㅎ예나 지금이나 나란 인간은....)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선배님의 병원 풍경을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사막이 사막인 이유는
그곳에 아무도 나무를 심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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