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섬세 Nov 22. 2020

우리가 계속 밝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기를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더 이상 사람과 세상을 예전만큼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나는 나의 행복만큼 내 친구들의 행복을 원한다. 우리가 계속 밝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을 수 있기를, 자신을 내팽개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입에는 자꾸 '우리'라는 말이 맴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 작가노트 中에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글이다. 비정규직 은행원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주인공과 수업 담당강사로 만난 두 여성 사이의 유대감, 여자 강사에 대한 미묘한 무례함과 불평등, 용산참사와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담담하고 담백한 필체로 다루고 있다. 둥글둥글하지만 단단한 중심을 가진 단편소설이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잊어버리고 있는 나에게 너무 무심해지지 말라고, 눈을 감지 말라고 넌지시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예전에 나의 모토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 세상에 더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의견이 존중받고 성별이나 사회적 계급, 경제력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 타고난 불운 때문에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사회. 이상적이지만 난 분명 그런 일들에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념을 가지고 평범하지만은 않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에 들어간 나는 생각보다 많이 초라했고, 당장 주어진 일들과 현실에 허덕였으며, 치솟는 집값과 넉넉지 않은 통장을 보며 어느새 재테크나 돈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 집중하며 사는 삶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의 기반을 다지려는 행위는 중요하고,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것이 경제적 재원일 테니까. 다만 이전의 나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길 원했고, "우리"가 더 행복하기를 원했으며,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질투하는 그런 속좁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공감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잊고 지내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나는 내가 잊고 지내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고, "내"가 아니라 "우리"를 조금 더 꿈꾸게 되었다. 삶의 수많은 사건에 무던하지만 무심하지 않게, 예민하지만 날카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신념이며, 선택임을 잊지 말기를. 


출처: YES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