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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24. 2021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주요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보고서

0. 저희 연구원에서 (제가 쓴) 보고서가 하나 나왔습니다. 저희 팀 연구원님과 함께 전 세계 백신 접종률과 유행상황을 훑어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의 효과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짧은 기간에 한 연구라 여러 한계가 있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좋은 오버뷰는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가지 요점만 소개드립니다.


1.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확진자 수는 증가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을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그림 1 참고).

 


그림 1. 1회 이상 백신 접종 인구 비율과 최근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로 분류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 중에서도 확진자 수가 많은 나라가 꽤 있습니다(1군: 오렌지색).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몽골, 몰디브, 포르투갈 등입니다. 한동안 안정되었던 영국도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였습니다. 


 한편 접종을 시작했지만 속도가 오르지 않으며 유행상황이 악화되는 나라도 있습니다(2군: 빨간색). 페루, 이란, 남아공, 나미비아, 말레이시아 등입니다. 인도나 서유럽 주요국도 여기에 속했다가 최근  확진자 수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유행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나라에는 한국, 호주, 뉴질랜드, 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몰타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호주, 뉴질랜드, 대만은 접종률이 아직 낮은 편이고(3군: 초록색), 이스라엘, 싱가포르, 몰타는 백신 접종률이 높습니다(4군: 파란색). 대만, 일본, 태국, 베트남 등의 인구당 확진 규모는 세계 평균보다 낮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감염자 급증을 맞아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온전히 백신 접종 효과로 유행을 통제하는 국가는 2차 접종 비율이 높은 이스라엘과 몰타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상당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유행을 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확산세가 안정된 국가들도 백신 접종만으로 유행을 통제한 게 아닙니다. 효과적인 방역조치를 시행한 나라에서 감염 규모가 감소하였습니다. 


 반면 긴장을 늦추면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패턴은 어디에서나 관찰됩니다. 여전히 면역이 없는 인구가 많고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기 때문입니다. '집단면역'은 유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감염자 급증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집단면역, 달성할 수 있나?" 참조). 




2. 접종이 상당 수준 진행되기 전까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다. 


  빠른 접종은 필수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병행되지 않으면 유행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도리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안도감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감염 확산의 빌미가 됩니다. 또한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가속화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접종의 시작과 끝 사이 기간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보고서에 있습니다). 


 다만 고위험군 백신 접종을 마치면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아져서 방역에 대한 부담이 감소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그림 2). 영국에 델타 바이러스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유행 규모에 비해 사망자는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몰디브, 세이셸, 칠레 등도 감염자 급증이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증상이나 경증 비율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전체 확진자 수보다는 중증환자 및 감염자 수를 중심으로 방역대응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이 전환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치명률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감염자 규모보다는 감염자 증가세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확진자 급증에 대비하여 의료체계 역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유행상황과 의료체계 준비 수준을 감안해 방역조치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않되 방심도 하지 않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림 2. 백신 접종률(빨간 수직선, 각 10% 증가)에 따른 유행 규모(막대선) 및 치명률(실선) 추이




3.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편익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를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방역 일선에 있는 필수인력들은 지칠 대로 지쳤고, 피해 업종은 한계상황을 지난 지 오래며, 시민들의 협조 수준이 예전 같으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용-편익 분석에 따라 방역 조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수칙 준수, 소그룹 식사, 가림막 설치, 환기 등의 저비용 고효율 조치를 독려하되, 영업제한, 이동제한, 휴교 등 고비용 저효율 조치는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국이 강압보다는 자율을 강조하며 정확한 정보 제공에 집중할 때 방역 대응의 부작용이 덜합니다. 관련 공무원, 의료진, 필수인력, 접종 의료기관에 더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방역조치로 인해 손실을 입은 고위험업종 자영업자 등에 대한 신속한 보상도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같은 선상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조치도 비용-편익을 분석해서 고안해야 합니다. 변이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입국을 완전히 막는 것은 비용이 너무 큽니다. 지금처럼 특별입국절차를 수행하되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 지역 입국자에 대한 관리는 강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입국하시는 분들의 협조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백신 보급 불균형 해소는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방역 대응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국도, 미국도, 최근에는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계 어느 한쪽에서 유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그 여파는 유행을 통제한 국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인구가 충분히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생산됩니다(그림 3). 낭비되는 백신이 없도록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에도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할 역시 작지 않으니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끝날 때까진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림 3. 코로나19 백신 생산 역량. 올해 54억 도스, 내년에 230억 도스가 생산됨.  임상 중 백신을 합하면 더 많아짐. 자료: Unicef




보고서 원문은: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20000&bid=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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