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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아 Apr 02. 2023

이상한 책 벌레

7

지난 이야기


어주기와 상수는 소영이를 따라 판잣집 앞에서 이상한 돋보기를 통해 어죽집 안으로 들어가고 거기에서 귀신 아저씨를 만난다. 귀신 아저씨는 어주기가 가지고 있던 벌레 그림 세 장을 이용해서 이상한 책 벌레를 소환하고 상수는 벌레에 감염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 보니 여전히 어죽집 안이다. "상수는?"하고 고개를 돌려 상수를 찾는데 상수는 보이지 않는다. "상수는 어디 갔어!"하고 놀라 벌떡 일어나는데 병풍 뒤에서 소영이가 걸어 나온다. "일어났니?" 하는 소리에 "상수는 어디 있어?"하고 물어보았다. 소영이는 "상수는 집으로 갔어. 내일 학교에 가보면 상수에 대해 알 게 되겠지"라며 별 일 아닌 듯 이야기한다.

그 모습에 약간 화가 나서 따지듯 물었다. "왜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자꾸 이렇게 일을 벌이는 거야? 그리고 벌레그림과 저 책은 무슨 상관이야?"라고 물었다. 그때 귀신 아저씨가 병풍 뒤에서 나오며 이야기를 한다.

"기억을 찾은 자에게는 우리의 일을 설명해 주어야겠다. 방금 다른 워프 포인트들에는 연락을 마쳤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기억을 찾은 자는 네 명이 된 것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그렇게 찾아도 못 찾겠더니 최초의 기억을 찾은 자 이후에 또 이렇게 빨리 찾게 되다니 하늘이 돕나 보다. 그나저나 상수 친구가 마지막 기억을 찾은 자이면 좋겠는데." 라며 소영이에게 말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소영이가 나를 돌아보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어주기야 네가 궁금한 것을 이야기해 줄게 잘 들어. 우리는 너머의 세계 사람들이야. 너머 세계는 이 세상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어. 너머 세계를 원형으로 정보가 복제되어 네가 사는 이 세계가 만들어져. 그런데 원형과 복제 세계 사이에는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그게 너희 세계는 3차원까지 인식 가능하지만 너머 세계에서는 시간 축에 대해서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기억할 수 있어. 너머 세계 즉 내가 온 그곳에서는 미래의 기억을 가억이라고 부르고 과거의 기억을 거억이라고 부르지."

"가억? 기억? 거억?'미래를 기억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하고 되물었지만 소영이가 무시하고 계속 이야기를 한다.

"시간이 없어 다 듣고 질문하면 좋겠어. 내가 온 세상에서는 그렇지만 시간 축을 따라 이동은 할 수는 없어. 다만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할 수 있을 때쯤부터 미래에 대한 가억들을 인지할 수 있게 되는데 과거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가억도 현재로부터 멀어질수록 희미해지지. 그런데 최근 10년 안에 태어난 아이들이 가억하는 미래가 매우 불안정한 것이 세계 곳곳에서 기록되기 시작했어. 그 말은 100년 안에 무언 가 큰일이 벌어진다는 뜻이야. 너머의 세상은 네가 태어난 이 세상의 원형이라고 앞서 말했지? 하지만 너머 세상의 정보가 여기로 복제되면서 약간의 정보 손실이 있고 그에 따라서 우리 세계에서는 없는 전쟁 같은 것들이 이 세상에서는 발생하지. 하지만 문제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도 원형인 너머 세계에도 되먹임 작용을 한다는 거야. 그래서 이 세상에서 파괴되고 죽는 경우는 너머 세계에서도 그렇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는 아니야."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듣다가 혼란스러워서 소영이의 말을 끊고 다시 물어보았다. "너머의 세계? 그런 게 있다면 너는 이 세상으로 어떻게 넘어오는 거야?" 그러자 소영이의 굴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그 순간 귀신 아저씨가 끼어들어 말한다. "이 부분은 소영이가 말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나도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너머 세계에서 이 세상으로 넘어올 때는 실체가 다 넘어오지 않는다. 너머 세계는 이 세계의 거울상 세계여서 대칭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위험하거든. 그래서 너머 세계의 사람들은 '양자정보고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동면에 들어가고 그 고정된 시점의 정보를 이 세상으로 전송을 하게 된다. 그리고 네가 보았던 저 이상한 책 장치를 이용해서 정보를 복원하여 실체를 만들어내지. 그 과정에서 정보 손실이 발생하면 죽게 되기 때문에 너머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곧 다가올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온 거야. 그 과정에서 내 아내가 정보 손실이 일어나는 사고가 있었다."

거울상? 정보손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듣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런데 아까 정보손실이 일어나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소영이가 식구들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이 네가 아까 우리 집에서 우리 엄마 붓글씨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던 이유가 너의 엄마께서..." 하며 이야기를 하다 소영이 얼굴이 거의 울 것 같이 변하여 말을 거두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삐삐 하는 경보음이 들린다. "어 밖에 무엇인가가 왔다." 라며 귀신 아저씨가 말을 한다. "요원들은 아니고 상수가 왔나 본데?"라며 돋보기를 들고 밖을 보며 이야기하자 소영이가 돋보기를 집어 들더니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고 사라졌다가 잠시뒤 상수와 함께 방안에 다시 나타났다. 귀신 아저씨가 말을 한다. "이렇게 빨리 깨어나서 올 줄 몰랐는걸? 여기로 바로 온 것을 보니 뭔가 기억 해 냈나보구나! 그렇다면 상수 네가 마지막 기억을 찾은 자인지 한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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