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마법같이 피어나는 것
드라마 '해피니스'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좀비화되어 벌어진 살인사건을 주인공인 형사, 이현(박형식)이 파헤치면서 시작된다.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심각성을 가리고자 군이 개입하고, 결국은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두 주인공과 주변 군상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목과 달리 극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절망적일 뿐이다.
주인공 새봄(한효주)은 초반부에 이미 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상처를 입었고, 군에서 감시 대상이 된다. 그렇게나 바라던 인생 처음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되었지만, 감염자 발생으로 아파트 단지 전체가 격리 대상이 되어 높은 벽 안에 갇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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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감염자는 늘어가고 사람들은 피폐해져만 간다. 고립된 상태에서 서로를 인간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며 물리적인 잣대로 판단하거나 본능대로만 변해가는 모습이 잔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늘 그렇듯 '희망'이 있다는 걸 알고 계속 그 끝을, 그다음의 문턱을 넘어서며 결말은 이어진다.
새봄에게 희망은 오랜 친구인 이현(박형식)이다. 이현의 극 중 모든 행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새봄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부터 시작과 끝을 맺는다.
피투성이 절망의 절망이 지나쳐도, 결국엔 사람이든 백신이든 작가가 심어둔 작은 희망들이 어느 틈엔가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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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랑 현실을 비교하자면 웃기긴 하지만, 그걸 핑계 삼아 희망찬 생각이 들긴 했다.
우리 모두 기대하며 바라는 미래든, 당장의 현재든 희망은 곳곳에 있었으면 하니까.
모두가 버거운 일상, 기억나지 않을 만큼 무심하게 속속들이 심어둔 희망이 번번이 피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현재가 힘겹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희망을 심자.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끌어모은 온 힘을 탈탈 털어 버텨낸 오늘일 수도, 이 모든 걸 감내하는 '내'가 씩씩한 희망이라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겠다.
그렇게 심는 것만으로도 버티어진다면, 분명 마법같이 피어나는 것 또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냥, 되는 대로 아주 많-이 희망을 심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