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동화리뷰(3) <내 친구 지구>
과거 번복했던 실수들을 살펴보면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나의 시선을 먼 미래에 두었던 것이
가장 큰 원흉이었던 것 같다.
학생시절에는 눈앞에 시급한 시험보다
먼미래를 향한 크고 원대한 꿈을 지향했고,
'심사숙고'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중요한 결정과 마감을 차일피일 미뤘다.
또 지금, 여기 곁에 있는 사람들보다
내게 어울리는 더 근사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거라 믿으며
최선을 다해 사귀기를 게을리했고
갈등이 있을 때 쉽게 손절했다.
현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미래도
역시 하찮아질 뿐이다.
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래하지 않은 미래보다
'지금, 여기'라는 실존에 치열하게 부딪히며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농익은 행복과 결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구 환경을 돌보는 태도 역시 그러하다.
지금 들여다보기도 싫은 더럽고 불편한 기후, 환경 문제들을
언젠가는 슈퍼맨이든 과학자든 그 누군가가
말끔히 해결해주리라는 긍정적인 허상만에 사로잡혀
지금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슬프게도 아주 많~~~이 존재한다.
<내 친구 지구>는
우리가 너무 작고 작기에 막연하게 느껴지는 지구를
우리 곁에 밝게 뛰노는 딸, 손녀, 친구로 형상화 했다.
그림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은 없지만
뱅글뱅글 돌아가는 춤을 추며 계절마다 알록달록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수많은 동식물들과 엎치락뒤치락 함께 뛰어노는
어린이의 일상이 다름없는 지구의 시간인 것이다.
매 페이지마다 부드러운 페이퍼 커팅과 프랩 스타일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지구(또는 소녀)와 숨바꼭질하듯 지루하지 않게
놀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이 반드시 평면으로 읽혀진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풍부한 공간과 변화를 느끼게해 주어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전시관이 된다.
모든 생물들이 존재의 이유와 쓸모가 있지만,
특히 지구에서 절대 사라지면 안 되는
다섯 가지 생물이 있다.
멸종 위기를 걱정하는 국제 환경단체 '어스워치'에서 선정한
지구상 가장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은
'플랑크톤, 균류, 벌, 박쥐, 영장류'이다.
아마 '박쥐'가 가장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박쥐는 돌고래와 마찬가지로 초음파를 이용해 앞을 보며 유일하게 날아다니는 포유류이다.
작은 갈색박쥐는 1시간에 모기를 600~1000마리나 잡아먹을 수 있는데,
이는 자기 몸무게만큼이나 먹는 셈.
한마디로 '곤충 처리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박쥐의 배설물 속에 남아 있는 각종 씨앗이 숲 곳곳에 퍼져
숲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숲속 농사꾼이기도 하다.
(출처 : <지구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될 다섯 가지 생물> 신정민, 풀과바람, 2019)
*노래로 읽는 그림책 '여기가 세상 제일' + '내 친구 지구'
그림책에서 모티브를 잡아 곡을 먼저 쓰고
2절 가사를 쓰면서 아이와 많이 웃었다.
뽀글뽀글 물속에 플랑크톤
윙윙 농사꾼 꿀벌
지구의 청소대장 균류
곤충 처리반 박쥐
지구에서 절대 사라지면 안 되는
다섯 가지 생물 중 '영장류'가 가사에서 빠졌는데
그 이유는 영장류가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ㅋㅋ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지고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과 기후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오늘을 다르게 살게 될 것이다.
젼혀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구를 파괴할 존재는 우리뿐이다.
지구를 구할 존재도 우리뿐이다.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명을 완전히 쓸어버릴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완전한 파멸이 닥치면 지구상의 생명을 다시 살려 낼 방법도 찾을 것이다.
우리가 홍수이고 방주이다.
- <우리가 날씨다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 조너선 사프란 포어,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