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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테니스의 왕자

by 초곰돌이 Mar 18.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새벽에 내리던 눈은 이미 그쳐있었고 겨울 저녁의 바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듯했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던 시간, 홀로 어둠에 대항하듯 코트의 불은 환하게 켜졌습니다.


손에 쥔 라켓을 더욱 세게 부여잡으며 다른 손으로 옵틱 옐로우(optic yellow) 색의 테니스 공을 하늘로 던져 올렸습니다.


팡,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코트를 넘어 상대방에게 날아갔고 이내 다시 소리와 함께 내게로 돌아왔습니다.


테니스는 공 하나를 통해 서로에게 소리 없는 메시지를 전하는 운동입니다.


경기를 하지 않을 땐 상대방이 잘 받을 수 있지만 최대한 원래의 스트로크를 유지하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정중한 공을 주어야 하고, 경기가 시작되면 받기 까다로운 공을 상대방에게 선물해 주어야 합니다.


오른쪽, 왼쪽 또는 앞과 뒤로 공의 방향을 바꾸고 때론 공에 회전을 주어 스핀을 걸기도 합니다.


테니스는 라켓으로 공을 치는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해보니 테니스는 손이 아닌 발로 움직이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스텝과 코어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공은 쉽게 라켓에 맞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게로 멀어지는 공을 빠르게 다가가 상대방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다리를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처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이 된 듯 온몸엔 김이 솟아오르고 온몸에 땀이 흐르며 호흡은 가빠져옵니다.


그리고 테니스는 신사의 스포츠라 잘해서 점수를 내거나 실수로 점수를 내어도 크게 좋아해서는 예의에 어긋납니다.


서브를 주기 전 인사를 건네고 경기 중에는 칭찬과 격려의 말들이 오고 갑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몸이 아닌 공으로 주고받는 정중한 대화 속에 배려와 다정함이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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