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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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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Nov 04. 2022

[휘케치북] 22.11.04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Torrent - Asgeir’


나무를 따라 크게 한 바퀴 걸을 생각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망원 한강을 따라 걷다가 다시 망원동 안쪽으로 돌아와서 희우정 쪽을 거쳐 희우정로 길로 돌아옵니다.

11월의 넷째 날이 되고서야 가을이 왔음을 압니다.

8월 7일 입추에 시작된 계절이 멀리서부터 다가오다가 

한동안 감긴 눈이 뜨인 것처럼 불쑥 아 가을이구나 하는 순간입니다.

저마다 사는 삶이 달라서 계절의 체감도 다른가 봅니다.


바스락 거리는 잎을 밟으며 세상을 둘러보니

지난 4월 봄, 가녀리게 뻗은 가지마다 아주 작은 새싹이 매달려

멀리서 보기엔 점점이 작은 잎들로 아름다웠던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이제 커다란 잎으로 노랑 잎을 흔들며 아름답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잎의 대부분은 가장 먼저 피어 연약한 벚꽃 나무 잎들과 이 플라타너스의 잎사귀인데

플라타너스의 큰 잎사귀는 바닥에 떨어지고 작은 잎들은 여전히 나무에 매달려서 지난봄 여린 잎을 떠올리게 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 핑크빛으로 사랑스러운 희우정로길은

가장 먼저 물들고 떨어지는 단풍으로 가득해서 그 붉은 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 여름의 나무는 너무나 무성해서 싱그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낙엽이 지며 정리된 나무는 채도가 낮아 보기에 편하고 마음에 온기를 줍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산책길임에도 세상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게 오랜만이라 

마침내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색색으로 흔들리는 세상을 따라 마음도 흔들립니다.


집으로 돌아오고도 창밖을 한참 바라보는데

햇볕이 비춤에 따라 노랗게 물들어 있는 나무들은 빼어나게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움은 뜨는 해와 저무는 해가 비출 때보다 한낮의 빛이 비칠 때 절정인데 

나름 생각하기엔 채도가 낮아진 나뭇잎은 해가 쨍할 때 빛으로 광택을 더하는 탓인가 합니다.

햇볕이 그곳에 비춤으로 인해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니 해가 짧은 계절에 해가 뜬 시간이 귀합니다.

벌써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Asgeir의 곡 <Torrent>입니다.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느낌이 곡에 가득한 탓에 이번 가을에 가장 많이 듣고 있는데 추천한 곡 외에도 좋은 곡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곡이 수록된 <In the Silence> 앨범을 좋아합니다.

Sigur Ros와 더불어 Asgeir의 곡에는 아이슬란드가 있습니다.


‘Was There Nothing? - Asge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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