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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n 30. 2022

육아일기 #1 - 아이랑 낚시를 하다 욕을 해버렸습니다

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16

 낚시를 좋아하시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낚시가 안 좋다기보다는 물고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소주에 곁들여 먹는 회는 당연히 좋아하고, 일식집에서 사케와 먹는 시샤모 구이는 없어서 못 먹고, 대학생 때는 막걸리에 고갈비를 거의 매주 먹었던 것 같아요. 거기다 최근 제주여행에서 먹었던 갈치/고등어조림은 너무 맛있어서 밥을 두 공기나 먹었죠. 하지만 그... 뭐랄까요... 생선이 통으로 물에 반쯤 잠겨있는 요리나 제사상에 물고기 형체 그대로 올라오는 생선은 손도 못 댑니다. 


 네, 전 물고기에게는 미안하지만 물고기 특유의 그 생김새가 너무 싫어요. 땡그란 눈도 싫고, 촘촘히 달려있는 비늘도 싫고, 뾰족한 이빨이 있는 입도 싫고, 꼬리도 싫고... 언제부터 싫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싫더라고요. 가만 생각해보면 조석 작가님의 '조의 영역'을 보고 난 뒤였던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참고로 조의 영역은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나오는 스릴러물입니다.)


 물고기를 싫어하니 당연히 낚시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평생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입이 문제였습니다. 아이와 뭐 하고 놀지를 찾아보다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우리 낚시 카페나 가볼까?"란 얘기를 했죠. 어떻게 낚시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른 채로 그냥 내뱉었는데 아이가 덥석 물어버렸어요. 


 그렇게 집 근처에 있는 낚시 카페를 갔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물고기가 낚이면 제가 직접 바늘을 빼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싫은데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 야 된다니.. 정말 기겁을 했습니다. 그래도 뭐 얼마나 낚이겠냐며 낚시를 시작했어요. 


 낚시를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낚시 카페가 영업이 안되는지 평일에는 문을 닫고 주말에만 장사를 하더라고요. 저희가 가게 오픈하자마자 갔었는데 얘들이 며칠을 굶은 건지 낚싯대를 넣기만 하면 바로 물어버리네요.. 처음에는 직원분께 부탁해 바늘을 뺐는데 계속 부탁할 수 없으니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네, 제가 물고기를 잡아야죠. 결전의 순간이 왔습니다. 물고기가 낚이고, 푸드덕 퍼드득, 움직이는 놈을 손으로 잡... 하.. 손으로 잡고 바늘을 빼는데 얘가 또 파닥파닥 움직이는데 정말 저도 모르게


"아, 씨X"


 순간 저도 너무 놀래서 아이를 봤는데 다행히 못 들은 건지, 아직 이 뜻을 모르는 건지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만약 알았으면 아마 몇 달 동안 잔소리를 했을 텐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몇 번 해보니 요령이 조금은 생기더라고요. 이 날 한 시간 동안 둘이서 10마리 정도 낚았어요. 그 말은 10마리를 제가 직접 손으로 잡고 바늘을 뺏다는 거죠.... 거의 울었습니다 저날.


 이제 낚시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데, 아이가 다음에는 언제 갈거냐며 계속 얘기를 하네요. 아무래도 조만간 낚시 카페에 한 번 더 방문해야겠습니다. 아, 그때는 일요일 저녁 정도, 물고기들이 배가 부르면 그때 가봐야겠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뭐든 싫어하거나 못 하는 게 있어서 걱정이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있으니 다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상 아이와 낚시 카페 다녀온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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