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미션은 잘 수행하셨나요? 어떠셨어요? 아이들과 나가서 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 큰 일을 해 낸 우리 모든 아빠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처음에 아이랑 놀러 나갔을 때는 정말 뭘 해야 될지, 어딜 가야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엄마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그저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아빠들은 그러지 않으셨죠? 아이들과 직접 뛰고, 뒹굴며 많은 것들을 깨닫고 오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에는 집에서 하는 미션을 하나 드릴게요.
저희 아이는 제가 집에 있으니 틈만 나면 "아빠, 같이 놀자"라며 다가옵니다. 제가 "뭐하고 놀까?"라고 물어보면 고민을 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는데, 절 닮아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아요. 보드게임, 색종이 접기, 스퀴시 만들기, 색칠하기, 퍼즐, 아이클레이, 블록놀이... 정말 많아요. 당연히 저도 피곤해서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냥 소파에 기대서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나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기대를 하는 아이의 눈빛을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얘기하면 그냥 그 활동을 같이 해요. 하루는 종이 접고, 하루는 블록 만들고. 대신 저는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그걸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전 덩치가 꽤 큰 편인데 집에서 딸아이랑 아기자기한 만들기 놀이를 하면 되게 이상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제 와이프도 항상 보면 웃고, 사진으로 남겨두고 그래요. 그런데 하다 보면 꽤나 재밌어요. 이 글을 읽는 아빠들도 그 놀이의 재미를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동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김정주 교수의 논문 '아버지의 놀이 신념이 유아의 놀이 몰입, 또래 놀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아버지의 양육 참여 과정에서 나타나는 놀이가 자녀발달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고, 유아의 사회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즉 아버지가 유아의 놀이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또래와의 놀이 상황에서 나타나는 유아의 친사회적 행동특성이 향상될 수 있고, 놀이 방해 등의 공격적 성향이 감소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주의 미션은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만들기 놀이 같이 하기'입니다. 원래 아이와 같이 놀았던 아빠라면 이번 미션이 어렵지 않을 텐데요, 같이 놀이를 해 본 적 없는 아빠는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도 감이 안 잡히실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저희 아이랑 같이 했던 놀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물론 아이의 나이나 성별,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니 참고해주시면 좋고, 아래 놀이는 5세~9세 정도의 여아라면 좋아할 것 같아요. 남아가 좋아하는 놀이는 피드백해주시면 반영해볼게요!
종이 스퀴시 만들기
전 스퀴시란 단어를 최근에 알게 됐어요. 영어로는 Squish인데, (부드러운 것이) 으깨지다란 뜻을 가지고 있어요. 말 그대로 푹신푹신한 모든 것들을 칭하는 것 같아요. 종이 스퀴시는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푹신푹신한 것인데요, 종이 겉을 테이프 등으로 코팅하고, 그 안에 솜을 넣어 푹신하게 만드는 놀이예요.
포털 사이트에 종이 스퀴시를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도안들이 나와요. 저희 아이는 신기하게 혼자서 엄마 노트북으로 도안을 찾아 출력해오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가위로 자르고, 코팅하고, 풀칠하고 하는 행위들을 합니다. 요즘에는 몰랑이 캐릭터에 빠져 스퀴쉬를 만드는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어요. 아기자기하고 아주 귀염 뽀짝 합니다. 종이를 오려서 붙이는 과정이 귀찮기도, 잘 안되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들을 잘 참고 넘기면 꽤 괜찮은 스퀴시 장난감이 만들어져요.
톡톡 블록, 디폼 블록
다음 추천할 놀이는 톡톡 블록, 디폼 블록입니다. 사실 두 개 차이점은 브랜드 차이 정도로 보면 되는 것 같고, 똑같은 놀이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 조각의 블록을 여러 색으로 연결해 모양을 만들어 내는 놀이예요.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2D 모형을 만들고, 조금 더 스킬이 쌓이면 더 큰 모양으로 바꿔가며 만들면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안에 맞춰 블록을 함께 파는 제품으로 구매해서 만들면 좋아요. 이 놀이는 아빠와 하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톡톡 블록 두 개를 연결할 때나 잘못 연결한 블록을 해체할 때 힘이 조금 들어가서 아빠가 옆에서 도와주면 아이가 아주 좋아할 거예요. 아이가 재미를 느끼면 대용량 블록을 사서 하면 돈도 아끼고 더 좋아요. 포털 사이트에 도안이 아주 많고, 요즘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도안도 많으니 포켓몬 카드 몇 장 사주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을까요?
도전! 진짜 편의점 접기
최근 방문한 교보 문고에서 신기한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도전! 진짜 편의점 접기'인데요. 책 안을 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온갖 제품들을 종이로 만들어 보는 놀이예요.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씩 만들어 보면 아시겠지만 실물과 싱크로율이 거의 100% 정도 돼서 전혀 유치하지가 않아요. 과자도 겉 박스, 포장지, 안 내용물이 구분돼있고, 라면도 겉 봉지, 건스와 분스, 면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어서 만드는 재미가 난답니다.
저희 아이는 미니어처를 좋아해서 이 놀이도 정말 좋아했어요. 같이 만들면서 아이와 대화도 나누고, 역할 분담을 해 편의점 상황극도 해보고, 자고 있는 엄마한테 가서 편의점 손님으로 놀러 오라며 돈도 쥐어주고, 전 이 만들기 놀이도 강력 추천합니다. 비슷한 책으로 도전! 진짜 과자 접기도 있으니 이 책으로 만들기 놀이도 추천해요!
뽑기 기계 만들기
이 놀이는 가장 최근에 저희 집에서 했던 만들기예요. 마트나 문구점에 가면 있는 캡슐 뽑기 게임 있잖아요. 전 그 뽑기 통을 예전에 너무 갖고 싶어 했었어요. 안에 내용물은 사실 조금 쓸데없는 물건들이 나오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고, 돌리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아이도 이 뽑기를 너무 좋아하네요. 아마 다른 아이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돈도 아깝고, 도박의 성격도 있다 보니 잘 안 시켜주는데 집에서 이 기계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간편하게 돈 주고 만들기 키트를 사도 되고, 이 또한 유튜브에 설명서와 도안이 있답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이지요? 아이와 같이 뽑기 기계를 만들고, 캡슐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쓸데없는 물건들을 넣어 돌리게 해 주면 이것만큼 좋은 선물도 없답니다. 저희 아이는 이 만들기 키트를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아 주술 비슷한 춤을 계속 추더라고요.
아이클레이 만들기, 종이접기, 색칠 하기
사실 이 정도는 아이랑 같이 놀기 단계 중 기본 중의 기본,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정도는 해보셨죠? 안 해보셨으면 이 활동들 먼저 해도 좋아요. 클래식이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만들기는 조금만 검색하면 유튜브에 온갖 만들기 영상이 있어서 따라 만들기 쉽고, 관련 책들도 다양해서 만들어보기 좋답니다.
제가 추천드린 활동 말고도 집에서 할 만들기 놀이는 정말 무궁무진해요. 달고나 만들기, 글라스 데코, 아이싱 쿠키 만들기, 플레이 도우, 과녁 만들어 물총으로 맞추기 등 많아요. 아이랑 놀기 시작하면 놀 거리들은 무궁무진해요. 전 이런 놀이를 하다 보면 '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러다가 이거 나의 취미가 되겠는데? 란 생각이 들만큼 빠져서 해요. 그러니 놀아 준다는 생각 말고, 그냥 어릴 때로 돌아가 같이 논다는 생각으로 한 번 시작해 보면 좋겠어요. 자, 이번 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