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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Aug 22. 2022

10주 차 - 엄마 없이 여행 가기

 드디어 10주 차, 최고 난이도 미션을 들고 왔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미션은 이번 주 미션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네, 이번 주에는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만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잘못 읽은 것도 아니고,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엄마 없이 여행을 떠나야 되는 많은 이유가 있는데, 이번 시간에는 그 내용을 같이 얘기해보려고 해요. 


 최근에 '85년생 요즘 아빠'라는 책을 읽었어요. 그 책의 첫 번째 장에서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뜬금없이 아내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보조 양육자일 텐데, 이 보조 양육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주 양육자인 엄마의 마음을 잘 살피고 돌보는 일이라고 책의 저자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인데, 제 생각에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마가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와이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외국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오면 꼭 휴가를 주려고 했었어요. 그래 봤자 하루, 혹은 이삼일 정도의 짧은 휴가지만 와이프의 일터(집, 육아)에서 완전히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와이프가 100% 리프레시돼서 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리프레시된 와이프는 그만큼 아이와 더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거죠. 그래서 와이프는 휴가, 저는 아이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곤 했었죠. 


 물론 이 여행은 와이프에게 휴가를 주기 위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아이를 위함이고, 또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를 위함인 것 같아요. 엄마가 없는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엄마 없는 상황을 겪고, 그 상황에서 아빠에게 100% 의지하는 경험은 서로에게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주죠. (전 처음 둘이서 2박 3일 여행을 떠났을 때, 엄마 보고 싶다고 어찌나 울던지...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없구나'란걸 아이가 깨닫고 저한테 더 의지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전 속이 터져 다신 안 와야지... 란 생각을 조금 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엄마 없는 시간을 보내면 당연히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일단은 당일 치기 여행부터 추천드려요. 이전 미션에서 말씀드린 박물관이나 과학관, 체험시설이나 놀이터 같은 것들을 넣고, 아이들은 자연을 좋아하니 산 길 조금 걷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만한 식당을 고르고, 카페에서 음료도 한 잔 하고, 왔다 갔다 시간까지 하면 하루는 정말 금방 간답니다. 가방에는 물티슈, 물, 음료수, 간식은 디폴트로 챙기시고 나머지는 다 돈으로 해결되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답니다.


 물론 처음 엄마 없이 여행을 가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리면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하기 싫다고 울고, 먹기 싫다고 울고, 아이는 어찌 그렇게 울 일 투성인지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면 조금은 편해집니다. 뭐 하루 정도 잘 안 먹고, 아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줘도 큰일 나는 거 아니니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엄마 있을 때 다시 잘하면 되죠 뭐.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항상 마음을 다스려야 해요. 저도 처음 떠날 때 그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정말 어떻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당일 치기도 해 보고, 하루씩 제가 커버 가능한 시간들이 늘어나며 최근에는 와이프에게 3박 4일 휴가까지 줬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혼자서 떠나기가 부담스러우면 주변에 같이 육아를 하는 아빠들 모임을 만들어 보세요. 아빠의 친구 모임도 좋고, 아이의 친구 모임도 좋습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모아 놓기만 해도 금방 친구가 되고, 금방 자기네들끼리 잘 놀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만들면 엄마를 떼어놓고 여행을 갈 수 있어요. 


 최근 저도 아이 친구 아빠 모임을 만들어 당일 치기 경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총 네 집에서 함께 했었는데 그중 두 집의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져 아빠와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처음 제가 얘기를 꺼냈을 때는 선뜻 가겠단 얘기를 못하셨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멋진 아빠들이라 함께 떠나게 됐었답니다. 


 처음 여행지는 경주로 정했었어요. 처음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아빠들보다는 경험이 조금 더 있는 제가 여행 계획을 세웠었답니다. 멀지 않아야 하고,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있고, 여러 체험을 하기에 경주가 딱이란 생각을 했어요. 아빠와 경주빵 만들기, 아빠와 루지 타기, 어린이 박물관 및 첨성대 관람을 통한 역사 교육까지 계획하니 하루 여행으로 충분하더라고요. 부족한 것 없이 좋은 여행이었어요. 다 좋았는데 저는 그중 아이의 사회생활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좋았어요. 우리 아이가 엄마 아빠 눈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지만 친구들과 지낼 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되고, 부족한 부분도 보여서 앞으로 아이를 키울 때 이런 부분들을 더 신경 써서 도와줘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엄마 없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어요. 아이와의 끈끈한 유대감 형성, 아빠도 의지할 수 있다는 신뢰감 형성, 엄마의 휴식, 그리고 엄마의 휴식으로 인해 아빠의 자유시간 확보는 덤입니다. 물론 아빠의 조그마한 희생이 있어야겠죠. 이 글 뒤에 저의 여행 후기를 몇 개 넣어놨어요. 한 번 읽어보시고 이번에는 온전히 아이와 하루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미션을 수행해주세요. 우리 아빠들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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