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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Aug 22. 2022

육아일기 #2 - 와이프의 휴가 (17.01.08)

 카타르에서 3~4개월 정도 일을 하면 약 2주 정도의 휴가를 받는다. 이 휴가는 나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와이프를 위한 휴가 이기도 하다. 육아를 해보니 일하는 게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 아기를 돌보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가끔 화도 난다. 변화 없는 매일매일이 같은 일상, 어린이집 보내고 뭔가 해보려고 하면 또 다른 사정이 생겨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에게 휴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휴가를 맞아 나도 와이프에게 휴가를 줬다.


 처음 계획은 호기롭게 2박 3일을 외쳤다. 해외여행을 하든, 친구들을 만나든 상관하지 않겠다. 떠나라 2박 3일. 자 2박 3일 동안 난 아기를 돌봐야겠지. 밥 도 주고, 잠도 재우고, 같이 놀고, 책도 읽어주고.. 한 시간 동안 고민 후 고개를 조아리며 하루만 줄여달라고 빌었다. 결국 와이프는 이틀 동안 떠나고, 이제부턴 온전히 아기와 나의 이틀이다.


 우리 아기는 이제 30개월을 넘기기도 했고, 다른 아기들에 비해 얌전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조금 많은 편이다. 아니 정말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어릴 때 아기들이 얘길 하면 다 받아줘야 좋다길래 다 받아준다. 말도 안 되는 말을 몇 시간이고 주고받는다. 순간 아기 입을 막을까.. 란 생각도 잠깐 했다.


 저녁시간이다. 뭐 먹이지.. 일단 근처 마트로 갔다. 아무래도 마트에는 식당이 많으니까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마트에 있는 500원짜리 동전 넣고 타는 피카추에서 떠날 줄 모른다. 태워달라고 하는데 마침 현금이 없다. 너무 떼를 써서 태워줘야겠다 싶어 현금인출기로 갔는데 수수료가 1,300원이다. 500원을 위해 1,300원을 쓸 수 없어 강제로 아기를 데려왔다.


 마트 안에 들어갔더니 첫 번째 시식 바나나를 하나 먹자고 한다. 원래 바나나를 좋아하니까 뭐. 두 번째 시식 두부를 먹고, 세 번째 시식 묵을 먹는다. 좋아해서 먹는 게 아니라 모든 시식을 다 먹으려고 한다. 평소에 분명 잘 먹이는데 무슨 아기가 이렇게 시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시식코너를 가며 '아빠 이것도 먹어보자'라고 한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려고 한다. 한 침대에 아기랑 둘이 자려고 하니 조금 좁은 감이 없지 않다. 동화책도 읽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잠이 든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많이 뒤척이나? 내가 잠을 잘 수가 없다.


 밤 12시 40분쯤, 아기가 쉬가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 쉬하고 자자. 변기에 앉혀줬더니 응아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 마음껏 싸렴..이라고 얘길 했더니 정말 많이 해결했다. 아기가 이렇게 많이... 대단하다.. 


뒤처리를 하는데 창밖에서 망할 오토바이가 마후라를 떼었는지, 부르릉 소리가 크다. 아기가 '무서워' 하며 나에게 안긴다. 아직 다 못 닦았는데..  그래도 응아를 하고 나니 조금 덜 뒤척여 잠을 잘 잔다. 다행이다.


와이프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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