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묵혀두었던 맥주를 꺼냈다.
캔은 얼어서 자기 형체를 잃었지만 그래서 더 시원하고 톡쏘는 맛이 난다.
냉동실에 쟁여둔 냉동 곱창을 꺼낸다
베란다 문은 살짝 열려있고 세탁기는 이불빨래를 하느라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술을 한잔 마셔서 그런지 흡사 바닷가의 물소리 같기도 하다.
휘몰아치는 물소리, 졸졸 떨어지는 물소리...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를 통해 조금씩 구워지는 소곱창
제 온도를 찾아가는 맥주
짭짤달달한 소스
간접조명을 켜두고 이름모를 팝송을 틀어둔다
구워지는 소곱창의 향을 맡으며 그 전까지 읽을 책을 골라본다
10평이 안되는 작은 방안에서 나는 한껏 여유로운 척을 해본다.
여유로운 척을 하다보면 진짜로 여유롭고 내 감각이 생기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다 했다는 생각에 연휴의 도입부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