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저)』의 한 문장을 삶으로 만나다.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맛이죠."
[이미예 저, 달러구트 꿈 백화점 中]
'이 아가씨 큰일났네. 면허 못 딸 거 같은데.'라고 도로연수 첫 날 운전면허 선생님이 말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만 도로연수 첫 날 나는 크게 주눅이 들었고, 내가 정말 운전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몇 번의 연수를 더 받는 동안 나는 내내 '면허만 따고 운전은 안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서 운전은 처음이었는데, 무튼 내 첫 도로주행은 그렇게 의기소침.
나는 그 후로 운전 선생님을 뵌 적은 없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로주행 시험에는 한 번에 붙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강원도까지도 곧 잘 운전을 하고 다닌다. 다만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이 아직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 인생에 스쳐갈 이의 한 마디에도 반응을 하는 류의 인간이 바로 나라는 것.
하물며, 우리 삶에 관여하고 있는 존재들의 말은 얼마나 무거울까. 내가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할 때, '그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별로야'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누군가는 '너 잘할 거 같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도, 후자도 내 인생에 관심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고맙지만, 전자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왠지 기운이 빠진다.
우리는 누구나 때로는 그냥 눈을 꾹 감고 응원해주는 말이 필요한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똑똑하지 않아서 건설적인 조언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도전과 새로운 시도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되어줘야지. 자신 없다는 말에는 '네가 아니면 누가 하냐'고 괜히 너스레를 부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는 도전을, 아니다. 도전이라는 말도 너무 거창하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꼭 '성공'이라는 목적지만을 향하는 자동차가 아니다. 무엇이든 시도해보면서 직접 내 삶의 운전대를 잡아보는 경험이야말로 삶의 제맛이다. 좀 망하면 어떤가? 어제 못해본 새로운 걸 오늘 해보면서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인생의 마지막에선 나의 패기에 같이 웃어주었던 사람들만 기억나지 않을까?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패기에 혹은 작은 결심에 있는대로 애정을 담아 호들갑을 떨어주기로, 나는 오늘도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