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나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성실과 책임감은 직장 생활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성실은 어떤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며, 책임감은 내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약속이다.
어릴 적 우리 집 가훈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성실’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참 재미없는 가훈이었다. 가훈 때문인지, 가정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성실하게 자랐고 성실함을 버리기가 힘들다. 책임감 역시 나의 중요한 특징이다. 예전 직장 선배는 나를 ‘한마디로 책임감 있다’로 다른 부서에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선배가 나에게 생색을 내서였는데, 하도 생색을 내서 그 당시엔 듣기가 싫었지만, 그 선배 덕분에 내가 원하던 시기에 부서 이동을 할 수 있었던 점은 고맙다.
어쨌든 성실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나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을 최대한 잘 해내고자 애를 쓴다. 물론 다 잘 해내는가 하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체력과 에너지와 능력이 달리기 때문에 잘하려고 해도 구멍이 생긴다. 100점짜리 직장인, 100점짜리 엄마와 아내는 아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직장에서 50점, 가정에서 50점, 합쳐서 100점이랄까?
능력도 안 되는데 다 잘 해내려고 해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자주 몸으로 나타나곤 한다. 일단 소화불량은 늘 달고 산다. ‘요즘 소화가 잘되네?’ 싶으면 어김없이 체해서 고생한다. 그리고 등짝 통증도 고질병이다. 어떤 날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등이 아프고 많이 아픈 날은 밤에 잠들기도 어렵다. 그런데 놀란 게, 회사 다닐 때 늘 함께했던 소화 불량과 등 통증이 휴직하고 난 다음에 사라졌다. 스트레스가 사라져서 몸의 병이 자연스레 사라진 것이니 놀랄 것도 아닌가? 사실 나는 스스로가 스트레스 내성이 약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니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내게 남편이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다. 나쁘지 않다. 인간한테는 모름지기 정신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이다. 스트레스로 아프다고 하면 정신력이 약하다던가, 스트레스 내성이 취급을 받을 수 있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보인다.
무엇보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인간'보단 훨씬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