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나는 14년 차 주부, 11년 차 엄마이다. 그러나 그 경력이 무색할 만큼 요리는 잘하지 못한다. 요리를 싫어한다고 해도 아이들을 먹여 키워야 하니 아예 안 할 순 없다. 결국 아이들이 잘 먹는 메뉴로 ‘돌려막기’를 한다. 간장계란밥, 오므라이스, 볶음밥, 유부초밥, 카레라이스, 된장찌개, 미역국, 프렌치토스트 등은 반복 연습으로 인해 능숙하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끼니만 해결한다고 될 게 아니다. 오후에는 간식을 먹어야 한다. 한동안 군고구마, 바나나, 꿀호떡, 요거트 등을 먹었는데 요샌 아이들이 시리얼에 꽂혀 있다. 그나마 질릴까 봐 시리얼 종류를 3종으로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이렇게만 먹여도 되나?'란 불편함과 '애들을 잘 해먹여야지'란 의무감이 한순간에 솟구치는 시기가 오면 나는 때때로 간식을 만든다.
내가 자랄 때 엄마는 간식을 다양하게 해주셨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군고구마부터 군만두, 샌드위치, 떡 구이 등 매일 다른 간식을 주셨다. 엄마가 해주신 간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간식은 고구마 맛탕이었다. 원래도 고구마를 좋아했는데 그걸 한 번 튀기고 물엿까지 입히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고구마 맛탕을 만들면서 고구마를 길게 잘라 바싹하게 튀겨 고구마 과자도 만들어 주셨는데 그 두 간식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우리 애들도 외할머니표 고구마 맛탕을 아주 좋아한다. 갑자기 애들에게 고구마 맛탕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구마를 샀다. 난 오랜만에 야심 차게 간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유치원에 다녀온 작은아이가 배고프다며 시리얼을 달라고 한다.
"기다려 봐.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고구마를 씻어 껍질을 까고 칼로 자르려는데, 와! 이 고구마는 왜 이리 단단한가? 칼이 잘 안 들어간다. 원래 안 익힌 고구마는 이렇게 단단한 것인지? 나는 수련하는 심정으로 단전에 기를 모으고 칼을 눌렀다.
"엄마, 언제 돼? 나 배고프단 말이야."
"어어. 금방 돼. 다 잘랐으니까 이제 튀기고 올리고당 묻히면 돼."
마음이 급했다. 사각썰기한 고구마를 기름에 넣어 튀겼다. 언제 다 익는지 알 수 없어서 서너 개를 집어 먹었다. 고구마가 말랑해지자 다른 팬에다 올리고당을 넣고 묻혀 주었다. 예전에 설탕을 녹여 고구 마맛탕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딱딱하여 아이들이 안 먹었다. 친정엄마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올리고당만 넣으면 말랑하다고 하였다.
부랴부랴 고구마 맛탕을 완성하여 작은아이에게 주었다.
"음... 외할머니 거랑 다르네. 엄마, 외할머니한테 좀 배우는 게 어때?"
"아 왜? 외할머니한테 배웠단 말이야."
"배운 거 맞아? 근데 맛이 다르단 말이지."
"그냥 먹어!"
"알았어. 이것도 맛은 있어."
학원을 다녀온 큰아이에게도 고구마 맛탕을 주었다. 먹어본 아이의 반응은?
"어? 할머니 거랑 맛이 다르네. 난 안 먹을래. 난 냉동 블루베리나 먹어야지."
"왜? 더 먹어봐. 맛있게 됐는데 왜?"
남은 고구마 맛탕은 전부 내 몫이 되었다.
'엄마가 해주는 간식의 의미' 그런 거 없다. 우리 집 간식은 다시 시리얼로 통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