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나는 누구일까?

by JOO

2012년에 큰아이를 출산하였으니 딱 10년 전이다. 10년 동안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육아의 세계에 빠졌다. 그것이 아이를 잘 키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의 취미나 취향 따위를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뜻이다.


대신 내 뇌는 ‘배앓이 젖병에 닥터 OOO이 좋다더라, 무난하게 쓰기는 더블OO 젖병이 좋다더라, 기저귀는 일본 O이 좋았는데 원전 근처에서 생산된다더라, 그냥 무난하게 쓸 거면 하OO가 괜찮다더라’로 채워져 있었다. ‘국민’ 자가 붙은 장난감이며 생필품은 반드시 사거나, 사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했다. ‘국민 모빌 타이니 OO, 국민 문짝 러닝O, 국민 기저귀함’까지. 그런 정보들 덕에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정보 하나 빠진다고 아이들이 잘못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는 그런 정보 수집과 쇼핑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아이들이 어려서 나도 같이 동요만 듣다가 어느 날 오랜만에 들은 그린 데이(Green Day)의 음악에 새삼 감동을 받으며 생각했다. ‘아 맞다. 나 이런 음악 좋아하는데.’ 지난 10년간 좋아하는 음악도 듣지 않고 살았다.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다가 문득 생각했다.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보여줘야 좋다는데.’ 그렇게 보여주기식, 신분 세탁(?)용으로 독서도 오랜만에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중이 잘 안돼서 책 사이에 핸드폰을 끼워 넣고 중간에 딴짓을 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책을 읽으니 참 좋았다. ‘아 맞다. 나 옛날엔 책도 꽤 읽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사진이 주된 포스팅이다. 괜히 내용이 긴 글을 쓸라치면 SNS 세상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자제했었다. 그러니까, 글이라는 것도 거의 쓰지 않고 살았다.


10년 동안 듣는 삶, 읽는 삶, 쓰는 삶이 비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나의 10년은 ‘문화 단절 시기’였다. ‘경력 단절’만 사회적 이슈가 될 게 아니다. ‘문화 단절’도 개인에게 중대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점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게 되고, 종국에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의 생활은 ‘문예 부흥 시기’이다. 워킹맘으로 살던 10여 년의 ‘문화 암흑기’에 음악과 책, 글이라는 빛을 불어넣으며 나에 대해 알아 가고 있다. 막막하지만 행복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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