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노랫소리에 잠이 깬다. 이슬람 기도 시간이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꽤 크게 숙소 방 안까지 들린다. 소리에 예민한 큰아이는 아침 7시도 안 돼서 들리는 이슬람 노랫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한 6시 반부터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나도 그 소리에 깼다가 다시 잔다. 오후나 저녁 기도 시간에 나오는 노래는 괜찮은데 아침에 나오는 노래는 단잠을 방해해서 좀 거슬린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여 3일 동안 아이들은 호텔에서 매일 수영하며 놀았다. 유학원을 통해 호텔과 어학원에 한국인이 많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 예상은 했지만,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다. (수영장 바로 옆에 있는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서양인이다.)
수영장에서의 여유
아이들은 1월 3일부터 영어 수업을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학원은 우리가 묵는 호텔 ‘애스콧 스타(Ascott Star)’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애비뉴 케이(Avenue K)’라는 쇼핑몰 안에 위치하고 있다. 9시에 수업이 시작되므로 8시 40분에 방을 나선다. 우리 방은 32층이다. 엘리베이터가 5대라서 금방 도착하는 편이다. 다른 시간대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아침에는 엘리베이터가 거의 층마다 선다. 등교하려는 한국 아이들과 엄마들이 탄다. 타고 타고 또 타서 엘리베이터가 가득 찬다. 엘리베이터가 설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들이 일제히 외친다.
“으아! 또?”
밖에서 기다리던 아이들과 엄마들은 가득 찬 엘리베이터 모습을 보고 주춤하며 엘리베이터를 보낸다. 그야말로 등굣길 전쟁이다. 한국에서 아이들 등교시킬 때도 딱 이런 모습이었는데.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같은 풍경. 여기가 한국인지 말레이시아인지 모르겠다. 말레이시아에 한 달 살기를 오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들은 등교 이틀 만에 어학원에서 친구들을 제법 사귀었다. 하교하면서 친구들과 호텔 수영장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방에 와서 가방만 던져놓고 부리나케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바깥 날씨는 덥지만 수영장 물이 제법 차가운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논다. (나는 너무 추워서 첫날만 물에 들어가고 그 후엔 안 들어갔다.) 한두 시간 놀다 보면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심지어 천둥번개가 칠 때도 많다. 우기라 그런가 보다.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한데 저녁이 되면 비가 온다. 어쨌든 그 덕에 더 놀겠다는 아이들을 방으로 데리고 온다.
“얘들아, 그만 들어가자. 엄마 밥 해야 된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가 힘들었는데 여긴 수영장이 놀이터구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간단한 숙제를 한다. 어학원 숙제는 많지 않다. 큰아이의 숙제는 책 반 페이지 분량이다. 작은아이는 숙제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있을 때도 한 문제 정도로 적은 양이다. 그래도 하기 싫다고 몸을 배배 꼰다. 한국에서 공부할 거리는 연산 문제집 한 권만 들고 왔다. 둘 다 선행학습은 하고 있지 않아서 5학년 올라가는 큰아이는 5학년 1학기 분수를 풀고, 2학년 올라가는 작은아이는 아직 덧셈 뺄셈이 능숙하지 않아 1학년 2학기 덧셈 뺄셈을 푼다. 큰아이는 군소리 없이 풀지만 작은아이는 할 때마다 까먹었다, 하기 싫다며 징징댄다.
숙제까지 끝내면 유튜브 시청 시간이다. 집에선 유튜브 통제가 어려워 IPTV로 방송을 보게 했는데, 여기선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유튜브를 허용했다. 대신에 TV에 연결하여 보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면 나도 침대에 앉아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게 왜 이리 많은 것인가! 어른인 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유튜브를 본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결정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한 걱정이 ‘심심하면 어쩌지?’였다. 쓸데없는 걱정인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그런데 역시나 기우였다. 시간은 매우 잘 흘러간다. 다만 한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어 여기가 한국인지 말레이시아인지 헷갈리지만.
이슬람 저녁 기도 시간 노랫소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슬람교 저녁 기도 시간이다. 여기가 말레이시아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리다. 이슬람교는 하루에 다섯 번 기도 시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쿠알라룸푸르 기도 시간을 찾아보니 여섯 번으로 나온다. 아니, 그나저나 숙소가 꽤 고층인데도 노랫소리가 이렇게나 크게 들리다니 밖에 나가면 귀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려나? 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고 싶네.
쿠알라룸푸르 기도 시간 (출처: https://kor.timegenie.com/salah/city/myk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