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무단횡단할 때 함께하는 게 안전한 거야

국립 모스크, 센트럴 마켓, 관제묘, 쿠알라룸푸르 길 건너기

by JOO


오늘은 지난 번 혼자 외출하던 날에 가지 못했던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와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 Pasar Seni)을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어학원에 보내고 일찌감치 준비하여 길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파사르 세니(Pasar Seni)역에서 내렸다. 파사르 세니역에서 국립 모스크가 보인다. 국립 모스크까지 걸어가기 위해 일단 파사르 세니역에서 쿠알라룸푸르역까지 연결된 브릿지로 걸어간 후 국립 모스크로 가는 출구로 나갔다. 국립 모스크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큰 대로가 나왔다. 차들이 생생 달려서 도저히 길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길이 있나 싶어서 거리를 청소하는 직원에게 국립 모스크 가는 길을 물었더니 길을 건너라고 대답해 준다. 이 길을 건너는 게 맞냐고 다시 한 번 물으니 맞단다. 그냥 이 길을 건너면 된단다. 횡단보도나 육교가 없는 모양이군. 나는 차가 안 오는 틈을 타서 부리나케 큰길을 건넜다. 휴우, 남편과 함께 오지 않아 다행이야.



길 건너는 일 관련하여 잠시 언급하자면, 쿠알라룸푸르에는 횡단보도가 그려진 길 자체가 많지 않다. 신호등이 있는 곳에만 있고 나머지 길은 알아서 건너는 시스템인 것 같다. 신호등이 있는 길조차 차가 안 온다 싶으면 사람들이 우르르 건넌다. 반대로 보행자 신호등이 켜져 있어도 사람이 없다 싶으면 차들도 지나간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다음 날 일이다. 현지 오리엔테이션 차 유학원 원장님과 숙소에서 어학원까지 처음으로 가는데, 작은 길을 두 번 건너야 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면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아는 우리 아이들이 “여기서 진짜 건너도 돼요?”라며 불안해했다. 남편도 여기는 횡단보도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나는 “여기가 제일 가까운 길인가 보지, 뭐.”라고 대답하면서도 좌측통행으로 다니는 차들에 익숙하지 않아 길 건너기 힘들다 생각했었다.



또 며칠 후에는 수리아몰(Suria Mall)을 처음으로 가봤는데 수리아몰 앞은 큰 대로변이었다. 보행자 신호가 아직 켜지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우르르 건넜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떼려 했다가 남편에게 혼이 났다.

“잘 보고 건너야지.”

“다들 건너길래 초록불인 줄 알았어요.”

나는 “여기 신호등이 잘 안 보이네.”라고 아이를 변호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속으로 혼자 말했다. ‘사실 남들 우르르 무단횡단할 때 같이 건너는 게 안전한 건데.’



남편과 둘이 파빌리온몰(Pavillion Mall)에 걸어갈 때도 몇 번인가 큰 길을 건너야 했는데 횡단보도가 없었다. 길을 건너고 싶어 기다려도 차들은 멈추지 않고 생생 왔다. 여긴 도저히 못 건너겠다 싶을 무렵 길을 건너려는 현지인 아저씨들이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남편에게 말했다.

“저들과 무조건 같이 건너야 해. 저분들 놓치면 우리 영영 못 건너.”

거침 없이 길을 건너는 아저씨들 옆에서 길을 건넌 덕에 우리도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KLCC부터 파빌리온몰까지 지하도와 브릿지(육교)가 잘되어 있어 굳이 밖으로 걷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다시 국립 모스크 가는 길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차가 안 오는 사이 대로를 신속하게 건너고 조금 더 걸어가니 국립 모스크가 보였다. 이슬람 사원에 반팔, 반바지가 안 된다고 하여 긴 바지를 일부러 챙겨 입고 갔지만, 어차피 머리도 가려야 해서 보라색 가운을 면할 수 없었다. 신발을 벗고 보라색 가운을 입고 가운에 붙은 모자까지 쓰고서 사원으로 들어갔다. 사원은 아주 깨끗하고 바닥이 반짝반짝했다. 사원이 지어진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1965년 개장)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하여 사진을 남긴 후에 국립 모스크를 나왔다. 긴 보라색 가운을 입고 사원을 도느라 더웠다. 국립 모스크 바로 앞에 태국인으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이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버스를 타면 에어컨 덕분에 시원할 텐데. 일행인 양 버스를 함께 타고픈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다음 목적지인 센트럴 마켓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아까 온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지만, 역시나 대로를 건너야 했다. 고가대로 아래이자 고속도로 출구라 이번엔 난이도가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반을 일단 건너고 중앙 보도에서 기다리며 주변을 살펴봤다. 지하도로 보이는 계단 입구가 저 멀리 있는 듯했지만, 이미 반은 건너온 후였다. 차가 안 올 때 건너려 하는데 차들이 계속 왔고 달리는 차들은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었다. 나는 한 5분 중앙에 서 있었다. 마침 일본인 관광객 부부가 길을 건너러 왔다. 이들이 과감히 건널 때 나도 겨우 함께 건널 수 있었다.


길 건너려고 기다리는 일본인 부부


길을 건너니 바로 쿠알라룸푸르역이 나왔다. 다소 낡았지만 멋진 건축물인 쿠알라룸푸르역은 과거에 쿠알라룸푸르 철도 교통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KL 센트럴역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쿠알라룸푸르역은 일부 노선만 운행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역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지상철을 볼 수 있다.

지도로 보면 국립 모스크에서 센트럴 마켓까지 멀지 않은 것 같았는데, 걸어가려니 은근히 멀었다. 길을 한두 번 더 건너고 누런 강물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파사르 세니(Pasar Seni)역이 나왔다. 한 번 와본 곳이라 마음이 놓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센트럴 마켓이다.


센트럴 마켓 앞에 오니 목이 많이 말랐다. 센트럴 마켓 가는 길에 큰 카페가 있어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문을 닫았다. 센트럴 마켓에 다 와서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센트럴 마켓 앞에 있는 식당 겸 카페에 들어갔다. 난과 카레, 각종 음식 및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 밖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 화이트커피를 시켰다. 우리나라 커피믹스 같은 커피다. 분명히 아이스를 시켰는데 김이 나는 뜨거운 커피가 나와서 바꿔달라고 했다. 다시 갖다준 아이스 커피를 빨대로 쭉 마셨다. 꿀맛이었다. 한참을 걷고 난 후 마신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 한 모금에 다시 힘이 났다.

센트럴 마켓 앞 식당, 아이스 화이트 커피


센트럴 마켓은 크고 작은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는 곳이다. 내부가 시원하고 깨끗하였다. 평일 오전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많았다. (나중에 아이들과 주말에 다시 한 번 왔을 때는 문 연 가게가 많았고 구경 온 사람도 많았다.) 나는 몇 가게를 구경하다가 작은 자석 책갈피와 아기자기한 냉장고 자석을 샀다.

센트럴 마켓 앞


센트럴 마켓 앞 도로는 그리 넓지 않지만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다. 보행자 신호가 켜지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건너서 나도 건널까 하다가 신호를 기다리기로 했다. 길을 건너자 챙챙챙챙 소리가 난다. 근처 관디템플(關帝廟, 관제묘)에서 나는 소리다. 가까이 가보니 향을 피우며 사자탈춤을 추고 있다. 춘절(우리나라의 설날)이 지난 지 꽤 됐지만 춘절이 지나지 않은 느낌이다. 사람들에 가려져서 사자춤이 잘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향 냄새 때문에 눈이 매워서 조금 구경하다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 사자춤은 며칠 후에 호텔 앞에서 공연되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호텔 앞에서 본 사자춤


길 건너기가 힘들었던 고충이 있었지만, 국립 모스크에서 센트럴 마켓, 관제묘까지 이어지는 오늘 외출도 재미있었다. 사실 쿠알라룸푸르는 지하도 혹은 브릿지(지상 연결 통로)가 잘되어 있는 편이라 그 길을 잘 알면 걸어 다니기 편하다. 그러나 바깥 도로에 횡단보도가 별로 없는 데다가 차들이 보행자가 보인다고 속도를 늦춰주지 않기 때문에 보행자 입장에서 고충이 있다. 환경에 맞춰 다 살게 마련이라고 여기 사람들은 생생 달리는 차 사이로 길을 잘도 건넌다. 그러니까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없다면, 남들 무단횡단할 때 파묻혀 동참하는 게 안전한 거라니까!




* 국립 모스크(Majid Negara, National Mosque): 1965년 문을 연 곳으로 말레이시아 이슬람을 상징하는 국립모스크 (출처: 트립 어드바이저)

* 관디템플(關帝廟, 관제묘): 전쟁의 신인 관우를 모시는 사원 (출처: 트립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