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란 무엇이었을까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정리하며

by JOO

“엄마, 엄마한테 한 달 살기가 뭐였어요? 공부, 노동, 힐링?”

식탁에 놓아둔 나의 EBS 영어 회화 교재와 개켜야 하는 빨래를 보더니 아이가 내게 묻는다. 아이들이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하는 동안 나도 나름대로 영어 공부하겠다고 사 온 책이다. 20~30분이라는 짧은 학습 시간이지만 매일 시간을 맞춰 공부하였다. 가사노동은 밥 차리기, 바닥 닦기, 빨래하기 등을 하면서도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다. 힐링은, 힐링이야 확실히 챙겼지! 한 달 동안 스트레스 하나 없이 즐거움만 느꼈으니까. 여기 오기 전까지 힐링은 바다나 호수를 보면서 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도시 체질인가 보다. 깨끗하고 번화한 쇼핑몰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보면. 사실 내 마음이 편하다면 그곳이 어디든 힐링 포인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엄마한테 한 달 살기는 공부와 노동과 힐링이 잘 조화된 생활이었던 거 같아. 건이는 어땠어?”

“너무 좋았어요! 어학원도 재미있었고 도시락도 맛있었고 친구들이랑 수영하고 친구네 방에 가서 노는 거 다 좋았어요.”



벌써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곳을 떠나기가 아쉽다. 쿠알라룸푸르는 모든 게 적당했다. 날씨도 적당히 따뜻했고 생활하기에도 편리했다. KLCC 주변은 깔끔하고 교통도 편리했다. 웬만한 거리는 도보로 이동 가능했고, 조금 멀리 가더라도 웬만한 곳은 지하철이 잘되어 있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Grab으로 차를 부르는 것도 편하다고 들었는데 두 번 이용해 보니 기사의 스릴 있는 운전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무엇보다도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내가 한 달 살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기대했던 것도 이런 경험이었다. 처음엔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져서 불편할지라도 ‘여긴 이렇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경험이 인생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둘째 아이가 말레이시아에서 1주일 즈음 보내고 한 말이 있다. “처음에는 여기 호텔이 익숙치 않았거든. 우리 집이랑 다르니까 화장실이 어딘지, 스위치는 어디 있는지 그런 거 하나도 몰랐잖아. 근데 이제 익숙해졌어. 나 예전 같았으면 ‘집에 갈래, 집에 갈래’ 했을 텐데 안 그러고 참다 보니 여기가 집처럼 편해졌어.”


그래, 아이 말처럼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숙소 주변에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길 건너기도 쉽지 않았다. 간단한 영어조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 끙끙댔으며, 물건을 살 때마다 환율을 곱해 계산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하철을 혼자 처음 타던 날엔 이곳 지하철이 어떤지 몰라 바짝 긴장했고, 모르는 길을 걸을 땐 ‘길은 다 통하게 마련이다’라고 되뇌면서도 고개를 한껏 내빼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하나둘 경험이 쌓이면서 어리바리함을 벗어던지고 현지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이제는 아침 일찍 들리는 이슬람 노랫소리에도 깨지 않고 잘 잔다. 노래를 틀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뎌졌다. 말레이어를 전혀 하지 못하지만, 지하철에서 들리는 말레이어 방송은 제법 친숙하게 들린다. 다음 역 안내 방송인 “스테이션 부르쿳냬 파사르 세니. (Stessen berikutnya Pasar Seni.) Next station Pasar Seni.” 정도는 외웠다.



한 달 동안 심심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왔는데, 심심할 새가 없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을 줄 몰랐다.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았지만 벌써 또 오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널찍하고 깨끗한 쇼핑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한국에도 있지만 한국보다 이곳이 덜 붐비고 약간 저렴) 등을 두고 원래의 보금자리인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 방학에 한 번 더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굴린다. 말레이시아에서 즐거웠던 추억을 곱씹으며, 또한 이곳에 다시 오겠다는 행복한 꿈을 꾸며 한국에서의 일상을 잘 맞이하리라.

KLCC역 가는 길. See you again soon!

* (번외 편) 우리 아이들이 즐거워했던 장소


- 페트로사인스(Petrosains): KLCC 수리아몰 4층에 위치한 과학관. 이것저것 체험하다 보니 2~3시간이 훌쩍 흘렀다.


- 슈퍼파크(Super Park): KLCC 애비뉴 K 4층에 위치한 스포츠 키즈 카페. 트램펄린, 튜브 썰매, 집라인, 볼링, 축구, 야구 등 놀거리가 한가득이다.


- 키자니아(Kidzania): Curve NX에 위치한 직업 체험 파크. 9호선 MRT Mutiara Damansara역에서 도보 15분 소요. 영어로 체험해야 해서 처음에 아이들이 긴장했으나 영어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아 즐겁게 체험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둘째를 위해 첫째와 둘째를 같은 체험에 들여보냄) 한국 키자니아는 주말에 오전권, 오후권, 종일권으로 판매하는데 말레이시아 키자니아는 구분 없이 무조건 종일권으로 판매한다. (한국보다 저렴)


- 윈드랩(Wind Lab): 1 Utama 쇼핑몰에 위치한 실내 스카이 다이빙 체험. 아래에서 강한 바람이 나와 몸이 뜬다. 기본이 2회권이고, 추가 요금 지불 시 두 번째 체험에 높이까지 올라가는 하이 라이더(High rider)가 가능하다.

둘째 아이
첫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