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오늘을 사는 세상의 모든 혼자들에게
○
지극히 평범한 워킹맘
풋풋함.
스물세 살 때 처음 회사에 입사를 했던 날이 떠오른다. 두근거리고 떨리기도 하고,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즐거웠었다. 긴 출퇴근 시간이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머리를 단장하고, 정성껏 화장도 하고, 그 부지런하고 풋풋했던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결혼과 출산.
결혼을 하고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나는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모성애인 줄 알았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모성이란 것은 힘겹게 받아들이고, 긴 시간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임을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시간들이 많지만, 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
워킹맘의 나.
아이가 열이 펄펄 나던 날, 아이를 안고 잠을 청하던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어린이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눈이 붉어지도록 선생님 앞에서 울었던 날도 있었다. 정신이 어디로 있었는지 모르게 일과 육아를 해내던 어느 날, 신발이 짝짝인 줄도 모르고 일하다 말고 멍하니 서서 웃었던 기억도 난다. 바쁘게 지나간 시간들 속에 웃음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성은 자라고 아이도 나도 성장한다.
일. 일. 일.
어깨가 저리도록 회사에서 일하고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티가나는 집안일. 일. 일. 집에 오면 “엄마, 엄마, 엄마”하고 불러대는 아이들 목소리에 가끔 어지럽다. 그 소리들을 뒤로하고 자주 화장실로 도망갔었다. 도망갈 곳이 고작 화장실이라니… 서럽기도 하지만, 회장실에 앉아서 책을 보다 보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그리고 가끔은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다가 앞치마, 고무장갑 내던지고 나가서 걷던 날도 있었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 가끔은 외면하고 싶은 현실들… 출산이 주는 순고한 의미와 육아가 주는 무겁지만 필요한 의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존경할 만한 존재이며,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
모성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듯, 삶에 대한 지혜도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힘겹게 받아들이고 삶이 주는 고통도 뼈에 스며들어 살을 에이고, 부르트면서 지혜는 더 두터워지고, 단단해진다. 늘어가는 주름살 하나하나에 새겨진 삶의 무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의 나이기까지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글 속에 담아 보았다. 나의 소소한 행복감이나 틈틈이 찾아오는 삶의 버거움이 누군가에게 희망이라는 글자로 다가가 티끌만큼이라도 위로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