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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똥 Jul 28. 2021

K-배달의 우수함

불편함의 미학

한국은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하나 보네?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미소 띤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는 2012년 프랑스에서 대학 3학년 가을 학기를 보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프랑스인도 열광했지만, 가수 싸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모를 만큼 한국은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나는 프랑스 앙제의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는 당시 환갑으로 한국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주머니와 나는 주 2회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전채요리부터 본 요리, 후식으로 이어지는 저녁식사 시간은

보통 여덟 시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지고는 했다.


프랑스인들이 특별한 날 즐겨 먹는 라끌레뜨, 치즈를 구워 감자에 뿌려 햄 등과 함께 먹는다.



  저녁식사는 보통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코스로 이루어진 식문화 탓도 있지만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은 대화와 토론을 좋아한다. 나도 아주머니와 저녁을 먹으면서 프랑스 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여행 정보나 음식 레시피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자정에도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어요!!"


  며칠 전 피자가 먹고 싶어서 한국 친구들과 피자 가게에 전화를 했다. 가게에서는 쉬는 시간이라고 배달을 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프랑스에서 식당은 점심,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영업을 하지 않는다. 배달도 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용납하기 어려웠다. '한국이 제일 살기 편한 나라라더니 정말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는 최고라고요!"


  아주머니가 물었다.


"그럼 그 배달하는 사람은 고작 내가 밤에 배가 고프다는 이유만으로 늦게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거니?"


  솔직히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 내가 편하자고 누군가는 힘들게 일을 하고 있었구나!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불만이었던 불편한 것들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파리는 워낙 국제적인 도시라 다르지만(파리는 일반적인 프랑스가 아니다)파리를 제외한 프랑스 전역에서는 대부분의 가게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주거지 근처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문을 여는 가게는 대부분 스시샵이나 베트남 음식점 같은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뿐이었다.


  왜? 모든 사람은 일요일에 쉴 권리가 있으니까.


일요일 텅 빈 앙제 거리,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도 주로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은 잠시 볼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은행에 갔는데 은행 문이 닫.혀.있.었.다!


  왜? 모든 사람은 점심을 먹을 권리가 있으니까.


  이 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사람은 점심을 먹을 시간이 필요하고 일요일에 쉬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한다.'



  프랑스에 비해 우리나라가 미개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이 살기 편한 나라라는 건 누군가 끼니를 거르고 누군가 주말을 포기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소한 내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이 누군가의 고된 노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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