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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똥 Aug 03. 2021

프랑스집에도 층간소음이 있나요?

소음공해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시면 안 될까요?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칼부림도 나는 세상이다. 나는 운 좋게도 그런 고통에서는 자유로웠다. 줄곧 아파트에 살아왔지만, 윗집에서 소음이 난 적도 없었고 아랫집에서 우리 집에 주의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지금은 친오빠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사를 온 지 2년이 될 동안 층간소음 문제는 겪지 못했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윗집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지 않으면 날 수 없을 것 같은 소음이 계속 반복되었다. 처음 며칠은 그러다 말겠지 하고 참았지만, 소음이 계속되자 결국은 오빠가 윗집에 올라갔다.

 

  다음날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집 앞에 망고 한 상자와 편지가 놓여있었다. 두 장 짜리 편지에는 절절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사정이 있어 잠시 엄마 집에 2개월간 머물게 되었고 아이가 지체 장애가 있어 컨트롤이 안 되니 죄송하지만 집을 나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달라는 편지였다. 오빠는 오정희 작가의 ‘소음공해’가 떠오른다며 우리가 조금만 참자고 했다.


 프랑스에는 층간 소음 문제가 없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살던 집은 4층짜리 Maison(메종, 집)이다. 지하 1층은 Cave(꺄브, 동굴)로 서늘하여 와인을 보관해두는 공간이었다. 세탁기랑 빨랫줄이 있었지만, 워낙 컴컴하고 무서웠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코인 세탁소를 이용했다. 1층에는 거실, 다이닝룸, 부엌, 작은 정원이 있었고 2층에는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 3층에는 방 두 개가 있었다. 나는 맨 꼭대기 층인 3층을 사용했기 때문에 층간소음은 느껴본 적이 없다.


앙제에 있던 우리집(빨간박스) 미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로 폭이 넓은 단독주택이 아니라 영드에 나오는 가로폭이 좁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이 깊게 나있는 구조의 집이었다.


 다만 좀 색다른 소음을 경험한 적은 있다. 2층에 있던 내 하우스메이트(불문과 동기)의 방에 놀러 갔을 때였는데 옆집에서 엄청나게 큰 비트의 '둥둥둥'하는 음악이 들려왔다. 동기의 옆집에는 아저씨와 중학생 아들 두 명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심취해서 스피커를 이용해 엄청나게 큰 소리로 힙합 음악을 듣고는 했다. 다행히 내 방에서는 그 소리가 안 들렸다.

 

  주로 2층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2층의 또 다른 방을 쓰던 집주인 아주머니는 열린 창문에 대고 “Moins fort, les voisins!(소리 좀 줄여줘!)”라고 우아하게 한 마디씩 하고는 했다. 어떤 노래는 정말 좋아서 제목을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노래는 C’est la vie, c’est la vie, c’est la vie(쎌라비, 그것이 인생이지)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였는데 아직도 무슨 노래인지 알 수가 없다.


  이외에 특이한 소음은 계단에서 나던 소리였다. 프랑스는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오래된 집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보면 15세기에 지어진 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살던 집도 100년 정도는 되었는데 수리는 계속했겠지만, 계단 보수는 잘 안 했는지 오르내릴 때마다 삐걱삐걱 나무 소리가 났다. 꼭대기 층인 내 방에 올라갈 때까지 최대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움직였지만,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나서 괜히 미안해졌던 기억이 난다.

앙제 시내에 있는 15세기에 지어진 집 Maison d'Adam(메종다담, 아담의 집), 1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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