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와 Kpop이 대단한 이유
Ou sont les gens? 뭐야, 사람들 다 어디 갔어?
프랑스는 일요일에 가게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길거리가 한산하다. 원래도 한국처럼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일요일은 마치 재난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일요일에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덕분에 일요일만 되면 심심하던 나는 불어 공부를 할 겸 TV를 시청했다.
우리 홈스테이집 거실은 소파 두 개가 마주 보고 그 가운데 테이블이 있는 구조였다. 한 소파의 오른쪽 옆에는 90년대에 우리 집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작은 브라운관 TV가 있었다. 나는 그 맞은편 소파에 앉아 TV를 봤는데, TV는 켜질 때도 있고, 켜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홈스테이 아주머니에게 말씀드렸지만, 아주머니는 TV를 안 봤기 때문에 고쳐주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TV를 처음 틀었던 날이 기억난다. 미국의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를 하고 있었다. 내가 중학생이던 2005년, 첫 시즌을 방영한 드라마였다. 나는 그 시트콤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너무 신기했다. 프랑스에서 미국 시트콤을 보게 될 줄이야…. 한편으로는 ‘영상(영화)의 발명국’ 프랑스의 TV에서 다른 나라의 영상이 방영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2012년 전 세계적인 싸이 강남스타일의 열풍!
앙제 시내에 있는 Place du Ralliment(쁠라쓰뒤할리멍, 할리멍 광장)에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날짜에 맞추어 광장에 가니 평소에는 한산했던 광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강남스타일이 광장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다 같이 싸이의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행사는 nrj(엔에흐지)라는 음악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방송국 이름이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이유는 nrj가 energie(엔에흐지, 에너지)라는 단어와 발음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프랑스가 그리웠다. 하루는 ‘nrj 웹사이트에 들어가 지금 인기 있는 프랑스 노래들을 들으며 향수병을 달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보자…. 이번 주 인기 노래 순위.. 어라?’ 나는 깜짝 놀랐다. 순위에 오른 꽤 많은 노래들이 영미 팝송이었기 때문이었다. 샹송의 나라 프랑스에서 팝송이 순위를 장악했다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통권 290호] 프랑스, TV 드라마 산업 증진을 위한 정책’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프랑스 지상파 방송에 미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편성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드라마는 점점 밀려나는 추세였다. 예를 들면, 지상파 민영방송사인 TF1의 경우 현재 방송되는 총 35개의 드라마(텔레 필름 제외, 모든 시간대 포함) 중 프랑스 제작 드라마는 단 일곱 개뿐이다.(네다섯 개의 독일 드라마와 한 개의 영국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드라마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요일, 목요일 밤 10시에 SBS에서 미국 드라마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산업에서도 미국화된(americanized)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자 SNEP(프랑스 음반 협회) 차트를 보면 두아 리파, 트래비스 스캇, 위켄드, 블랙 아이드 피스, 브루노 마스 등 영미권 가수의 곡들이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양질의 K-드라마가 한 해에도 수십 편씩 쏟아지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음원사이트 멜론의 차트를 보면 저스틴 비버의 메가 히트곡과 BTS가 참여한 팝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K-pop 곡들이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구는 한국보다 천만 명이나 많다. 또한 자국 문화에 자부심이 크고 이를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미국 문화에 잠식당하고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미국에 문화적으로 잠식당하는 나라들은 많이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헐리웃이 만든 콘텐츠가 주류 문화가 되었다. 한국은 K-콘텐츠를 홍수처럼 쏟아내며 방어를 할 뿐만 아니라 BTS, 블랙핑크 같은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를 기획하여,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점령해버렸다. 미국화된 것이 아닌 한국화를 시켜버린 것이다!
국뽕이 차오른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