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똥 Aug 08. 2021

라따뚜이는 무슨 맛일까?

프랑스의 국민 음식

라따뚜이 해주세요!     




  개봉한 지 1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라따뚜이’라는 제목의 픽사 애니메이션을 기억할 것이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겼던 바로 그 영화!     

  나 또한 라따뚜이를 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영화관에서 사촌 동생과 함께 그 영화를 봤다. 아주 지루하게.     


라따뚜이 포스터, 라따뚜이는 주인공 이름이 아니라 주인공이 만드는 음식 이름이다.

    

  ‘라따뚜이’는 요리를 좋아하는 생쥐 레미가 요리 못하는 요리사 랭귀니의 모자에 숨어 대신 요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는 이야기이다.     


  내가 이 영화를 지루하게 본 이유는, 라따뚜이라는 음식이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들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이라 라따뚜이가 주는 어린시절의 향수 같은 것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내 안에 작은 궁금증이 자리 잡았다.

 라따뚜이… 그게 뭔데? 무슨 맛인데? 얼마나 맛있길래 그래?     


  영화 개봉 5년 후, 나는 프랑스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다. 요리를 끝내주게 잘하는 아주머니가 주인으로 있는 집에서.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이름도 잘 모르는 프랑스 요리들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나날을 보내던 중, 라따뚜이가 다시 떠올랐다.     


  나는 아주머니께 아주 간절하게 부탁드렸다. “내일 저녁은 라따뚜이 해주시면 안 돼요?” 아주머니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해줄 수 있지~ 안 그래도 냉장고에 야채가 좀 남아 있으니까.”     


  온갖 야채(주로 애호박, 가지, 양파, 마늘 등)를 넣고 토마토에 뭉근하게 끓여낸 스튜인 라따뚜이는 여러 채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한국의 비빔밥과 비교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와 비슷한 것 같다. ‘야채가 들어간 토마토 스튜’라고 하면 썩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해주신 라따뚜이는 여태까지 먹어본 프랑스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토마토즙이 잔뜩 벤 애호박과 가지의 감칠맛이란!     


아주머니가 해주셨던 라따뚜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여기서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은 의문을 가지실 수 있다. ‘영화에서 본 거랑 다르게 생겼는데?’ 맞다. 영화에서는 채소를 얇게 잘라 겹겹이 담아 마치 나베 같은 모습으로 라따뚜이를 내놓는다. 포털사이트에 라따뚜이라고 검색을 해도 나오는 이미지들은 다 이 나베 모습의 음식일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라따뚜이, 나베같은 모양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고급 식당에서 예쁘게 내놓는 한정식 같은 느낌의 라따뚜이이고 가정집에서는 야채를 다듬고 플레이팅 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채소를 깍둑썰기 하여 토마토에 끓여낸 모양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영화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유년 시절에는 라따뚜이가 없었지만, 그리운 프랑스 학생 시절의 추억은 뜨끈하고 향긋한 라따뚜이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번외로 나는 한국에서 라따뚜이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결과는 대실패. 패인은 토마토였다. 한국 토마토는 신맛이 강해서 깊은 맛의 프랑스 토마토와는 거리가 있었다.(나는 한국 토마토도 좋아한다) 맛이 궁금한 분들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사용하거나 ‘라따뚜이 소스’를 사서 야채에 부어 끓여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