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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발랄 May 19. 2022

헤어진 친구가 보고싶은 평일 오후 4시

여자들의 우정에서는 공통분모가 필수인걸까?

이발랄씨는 친구 B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기억한다. 그 둘은 20대와 30대에 일본과 푸켓을 여행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 떨어져 있던 시간 가운데에서는 손으로 쓴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았다. 이발랄씨는 친구 B의 엄마를 좋아했다. 친구 B는 이발랄씨가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 같이 술을 먹고 잠을 자기도 했다. 서로의 헤어진 남자친구를 얘기를 하면서 찌질하게 울기도 했다. 썸남에게 연락을 부추겨 다음날 대참사를 불러오기도 했다. 20대에 둘은 뜨거웠고, 총명했고, 꿈이 많았다. 같은 대학을 다녔고 버스 정류장으로 몇 개 떨어진 동네에 살았다. 직장은 전혀 다른 곳에 다니게 되었지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시간이 흘러 이발랄씨는 B보다 먼저 결혼을 했다. 친구 B가 부케를 꼭 받아줬으면 했다. 미혼과 기혼의 다른 세계에 살아가더라도 둘을 이어주는 우정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었다. 몇년의 시간이 지나 B는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았고, 어쩌면 부케가 B에게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발랄씨는 생각했다. 이발랄씨가 신혼의 시간을 보내고 또 난임으로 인해 인생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을 때 이발랄씨는 B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그 사이 B의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이발랄씨는 B와 이야기 하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홀로 B을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B는 이발랄씨를 찾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이발랄씨는 두시간이 걸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장례식장에 찾아와주셔서 고맙다는 단체 문자 외에 B에게서 다른 연락은 없었다. 또 몇년이 지나, 이발랄씨는 당시 B가 살고 있는 제주도에 갔다. B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담을 받고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발랄씨는 꿈에서 B의 엄마를 보았고, B의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후 이발랄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출산을 했다. 이발랄씨도 출산한 친구에게 살뜰하게 연락을 한 적이 없었기에, B가 연락이 없는 것에 섭섭해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B의 생각이 날 때 몇번씩 연락을 했지만, 그건 그때 뿐 끊어져버렸다. 둘이 사는 동네는 달랐고, 엄마가 된 이발랄씨에게는 자유가 별로 없었다. 반면에 같은 인생의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난 엄마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연락이 이어졌다. 고맙다가도 아쉬웠다. 술고래였던 이발랄씨는 예수님을 만나며 술을 끊었고, 술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던 B는 이발랄씨가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포스팅을 올린다.


서로 공통 분모가 없어진 것과 상관없이, 이발랄씨는 B 보고싶다. 언젠가 시간의 실이 다시 이어지면, B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싶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싶고, B 이야기도 들어주고 싶다. 몇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발랄씨의 조금 섭섭한 마음과 상관없이, 이발랄씨는 B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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