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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이 Apr 10. 2021

주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

우리 남편, 경찰 공무원에 도전하다.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할 때 주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지켜본 결과, 나는 우리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애 시절뿐만 아니라 결혼생활을 할 때에도 기념일이 되면 정성 어린 손편지를 준비하고(내가 손편지를 좋아한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무조건 달려왔다. 그렇다고 나에게만 잘하는 사람은 또 아닌 게,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내 기준에서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기도 하고, 근심 어려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내 기준에서 지나치게) 걱정하였다. 나랑은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우리 남편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배려가 지나쳤을까. 나의 갑작스러운 해외 파견 발령도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와이프 평생소원이 외국에서 일해보는 거였는데 그걸 자기가 막을 수 없다고 하며, 시댁의 불호령 같은 반대와 주위 사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멀쩡히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나를 밀어주기 위해 함께 외국으로 2년간 떠났다. 한국에 돌아와서 뭐해서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끼리 조용히 하고, 우리는 신혼 생활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밤이었다.

나는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야간 민원 당직 전화를 받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와이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종이와 펜을 더듬거려 휘갈겨 쓰고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남편은 어쩐지 궁금했나 보다. 남편은 내게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었어요?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 5천만 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전화를 받았다는 신고가 본국에 접수되어 나에게 현지 연락을 시도해보라는 지시였고, 다행히 별 일 없이 끝났다고 얘기해줬고, 남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러던 어느 날, 또 어느 날 밤이었다.

우리는 슬슬 한국에 돌아갈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운송업체는 언제 연락을 하고, 선물 예산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보, 나 경찰 준비하고 싶어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경찰을 떠올리며 약간은 불쾌한 의문점을 던졌다. 경찰? 일도 위험하고 민원도 많고 교대근무도 힘든데 왜 갑자기 경찰이에요? 남편은 말했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게 다였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우리 남편은 그렇게 경찰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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