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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이 Apr 10. 2021

조금은 다른 경찰 공무원 준비

나 때에는말이야가 안 통하더라고.

남편이 경찰 공무원이 되겠단다.

왜 하필 경찰인지에 대해 나는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말릴 수도 없었다. 전편에서 우리 남편이 받는 것보다 주는 걸 더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이라 했던가? 그러나 우리 남편은 평소에 한없이 배려해주다가도 한 번 결정한 것에 대해선 밀어붙이는 강단도 있었다. 한 번 경찰이 되겠다고 한 사람에게 와이프라도 가타부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도 우리 남편을 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밀어주는 건 돈으로만 하면 되는 거였을까? 나는 남편 옆에서 그래도 도움이 되겠다고 연신 쫑알대었다. 내가 경찰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무원 시험이라는 것을 10년 전에라도 준비를 해봤기에 뭐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보, 나 때에는 말이야..." 그런데 와이프가 옆에서 쫑알대는 것은 영양가 없는 잔소리에 불과했다. 경찰 시험은 일반직 시험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게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공시 시장도 내가 알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1. 필기과목: (공통) 영어, 한국사, (선택) 형법, 형소법, 경찰학개론

국어와 한국사는 공통 과목이고 채점 시 원점수 그대로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선택과목은 총 일곱 가지 과목 중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과목 응시자들 간의 조정점수를 산출한다. 경찰 외 다른 직렬을 병행할 경우 국어나 사회 같이 겹치는 과목들을 선택한다고들 하는데, 경찰 고유 과목들이 조정점수가 잘 나온다고 하여 남편은 정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2. 체력과목: (실내종목)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악력 (실외종목) 100미터, 1000미터 달리기

순경이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던 부분이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1분에 적어도 50개, 많게는 60개 가까이해야 만점이었고, 달리기 종목도 만만치 않았다. 경찰이란 자고로 도주하는 범인을 쫓아 발로 뛰고, 몸싸움을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체력은 필수요건이었던 것이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남편이 걱정되었지만 누구보다 본인을 걱정하지 않은 건 오히려 남편이었으니, 참 아이러니했다.


남편은 유명한 공무원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이른바 '프리패스'라는 상품을 주문했고, 교재는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사서 트렁크에 잔뜩 넣어왔다. (나는 남편에게 '나 때엔 프리패스 그런 거 없었는데' 하며 또 라떼 인간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보통은 체력 준비 차 학원에 많이들 간다는데, 우리는 그럴 여건은 안 되니 남편은 평소에 틈틈이 달리거나 집에서 실내종목을 연습하고, 매일 저녁 동네 공원에 같이 산책 가서 철봉 매달리기 같은 걸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남편을 놀려준다고, 철봉에 매딜려 땀을 뻘뻘 흘리는 남편을 보며 2, 3초간 더 세기도 했다.


남편은 그렇게 남은 외국 체류 생활을 경찰 공무원 준비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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