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결국 첫 번째, 두 번째 필기시험에 불합격하고 말았다.
외국 체류 기간 중 남은 6개월 동안 남편은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우리가 자리 잡은 동네는 마트도, 가볼만한 카페도 없는 주택으로만 이루어진 공기 좋은 절간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안일하게도 이런 곳이야말로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침에 와이프를 배웅한 뒤 간단하게 씻고는 와이프가 귀가하는 오후 5시 반 정도까지 순경 준비 프리패스 인터넷 강의 풀 패키지를 시청하며 공부했다. 저녁에는 간단하게 기초 운동을 하고는 와이프에게 영어 과외를 받았다.
그런데 귀국 직후 응시한 그 해 2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의 결과는 대.참.패였다.
영어만 60점을 겨우 넘겼고, 나머지 네 과목은 과락 기준인 40점에서 플러스 5점에서 10점 정도씩만 거두었던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커트라인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점수였다.
우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 합격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국 준비도 바빴고 귀국하고 나서는 더욱 정신없었으니, 하루 종일 공부에만 전념해도 모자란 게 공무원 시험이라는데 이렇게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시험 한 달 전에 겪었으니 시험 낙방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부부의 삶의 터전을 통째로 옮긴다는 것은 결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도 혹시 공부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없었는지를 체크했다.
1. 기본 강의를 다 들었는가? → 전 과목 강의 패키지 수강 완료했으나 집중이 잘 안 되었음
2. 기본서 정독과 기출문제 회독을 하였는가? → 강의 흐름을 따라 순차적으로 정독했으나 점수가 안 나옴
놀랍게도 우리는 '아, 그럼 학원 실강을 들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인터넷 강의가 안 맞는 체질인가? 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데 마침 내 직장과 차량 10분 정도 거리에 공무원 고시 학원이 있네. 2차 시험 직후인 9월 초부터 내년도 대비 "종합반"을 개강한다고 하네. 우리는 더 생각할 것 없이 종합반에 등록하였다. 종합반 수강생은 학원 연계 독서실을 할인된 가격에 등록하여 다닐 수 있다고 하니 더 좋아 보였다. 남편은 또, 전 과목 풀 패키지 강의를 들었다.
이미 한 번 강의를 들었는데 또 강의를 들어야 할까 하는 의문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중요한 의문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혼자서 외국에서 동떨어져 하루종일 인터넷과 책만 봤으니 이해가 되었겠냐고 말이다. 어쨌든 남편 본인도 풀패키지를 다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기본서와 기출 문제도 정독을 하고 있는데 이해가 안 되는거면 그에 대한 해결책은 실강을 듣고 궁금증을 강사와 소통하며 푸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남편은 매일 학원에서 실강을 들으며 하루 일과 중 절반을 강의실에서, 나머지 절반은 독서실에서 보냈다.
그로부터 몇 달 뒤인, 이듬해 5월에 치러진 1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에서 남편은 또 보기 좋게 낙방하였다. 지난번 시험 대비 점수 변동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어 성적은 더 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