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절어 드렁 드렁 코 골고 자는 남편의 숨소리가 애처롭다.
차로 한 시간 달려가서 얼른 제복으로 갈아입고
짭새 거리는 사람들한테 선생님 해가며
어제는 오이 마켓 사기, 오늘은 폭행 시비에 진이 빠져가지고
퇴근하고 미역국에 밥 말아먹고는
"내일 야간 때는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다"며 기도처럼 소원을 나직이고
씻지도 못하고 거실 아기매트에 누워 드렁드렁 퓨퓨 하며 자고 있구나.
아침 출근길에 전화해선 닦달을 많이 했는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당신이 해결해라, 떽떽하는 마누라 잔소리를 묵묵히 받아주고는
하루 종일 순찰차 타고 싸움꾼들 말리고 다녔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그가 낮 시간 동안 본 싸움꾼과 내가 다를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