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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세시공작소 Nov 13. 2021

프롤로그

기획자 K의 보리차

그동안 일하기 싫을 때마다 친구와 우리는 고급 알바를 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이런 시급을 받을 수 있는 알바는 없다고 서로를 다독이며 지내왔다. 잠깐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에도 나는 돈을 벌고 있다며, 따지고 보면 이 얼마나 꿀알바냐며 웃픈 대화를 해왔는데 오늘의 집중력은 누구보다정규직이었다며 퇴근길 우스갯소리를 나다.


갑자기 그런 날이 있다. 별 얘기도 안 하는데 핸드폰을 부여잡고 친구와 시시콜콜한 대화에 꽂힐 때. 오늘도 역시 퇴사가 답이라며 사업을 할까. 물건을 떼다 팔까. 물건을 판다면 뭘 떼다가 팔까 등등 시답지 않은 얘기에 진담과 농담을 넘나들며 떠들다 마지막 우리를 팔아볼까? 요즘은 자기 PR시대잖아! 까지 얘기가 흘러갔다.

블로그도 시작했는데,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돼.
사실 여기저기 글은 쓰고 있는데 아웃풋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도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고 글로 쓰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다 보니

아! 친구 브런치 하고 있잖아! 우리 거기 매거진 하나만 달라 그러자~ 우리 다 IT업계 사람들인데 모여서 각자의 관점으로 글 쓰면 재밌겠다!

라며 한밤중에 느닷없이 를 초대해서 페이스타임을 연다. 친구라는 관계를 방패를 삼아 '야 브런치 매거진 같이 쓰자 하나만 줘~'라고 떼를 써본다. 친구는 맡겨둔 것처럼 뻔뻔한 태도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뭘 쓸 건지나 말해'라는 진지한 대답을 해왔다. 우리는 제법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게 써나가고 싶은 소재나 방식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나눈 드립 겸 계획을 보고했다.


근데 이상하게 통했다.

친구가 매거진의 지분을 나눠준단다.

대신 글이 중구난방이면 안 되니 각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보내주면 컨펌 하에 발행하겠다는 그럴듯한 편집장의 롤을 가져갔다. (통과 못하면 0건일 수도 있겠다) 이상하게 주고받은 진담 반 농담 반 프로젝트가 진짜로 추진되어버렸다. 물론 실행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일하고 야근까지 했던 친구들이 모여 새벽 2시까지 수다를 떨다 잠이 든다.


이상하게 생산적인 하루다.

감히 말하건대, 생산성으로 따지면 지난 1달보다 오늘 하루의 생산력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브런치 셋방살이가 시작됐다.


<보리차 주식회사> 매거진은 모이기만 하면 보리차 3-4통을 거뜬히 비우며 수다와 일 얘기를 넘나드는 IT업계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일상 속에서 개발자와 기획자의 시선으로 보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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