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3
모든 것이 멈췄다. 기존 제조업들은 연일 매출하락에 이어 그와 관련된 연관 산업들은 줄도산을 하고, 실업자들은 폭등하고 있다. 영업장들은 텅텅 비어 있고, 길거리엔 도통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외출할 때에 필수품은 휴대폰에서 마스크로 하나 더 늘었다. 관람객이 붐비던 영화관은 이제 썰렁하다. 이맘때쯤 늘 보도되던 공항 이용객 신기록은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내륙지인 우한에서 발생된 폐렴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이것이 바다와 육지를 건너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넘어온다 한들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발병일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이란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9개월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에 전 지구는 쑥대밭이 되었다. 오늘 저녁 뉴스에서 빨라도 내년 봄에나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아나운서는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올 백신을 생각하면 모든 것엔 끝이 있다며 2020년은 정말 징글징글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백신 보도 뒤에 뉴스는 국내 이슈를 보도했다. 주제는 쓰레기였다.
수도권엔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한다. 일거리가 모여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 인구가 쓰고 버린 쓰레기의 처리 방식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의 쓰레기들은 인천 서구에 위치한 '제3 매립지'로 이동한다. 제1 매립지와 제2 매립지는 이미 용량이 초과되었기 때문인데, 제3 매립지의 용량 또한 한참 전에 초과되었지만 ‘빠른 소각’으로 그나마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3 매립지 옆으로 제4 매립지가 조성중이다. 매립지들은 인천 서구에 걸쳐 김포까지 길게 이어진다. 보도의 말미에 쓰레기의 용량은 택배 이용, 일회용품 사용과 과대포장, 배달식의 폭발적인 증가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천광역시 서구와 우리 주변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코로나의 공포는 두말 할 것이 없지만 쓰레기는 전혀 다른 공포다.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품은 일상이 되었고 그렇게 먹고 마시며 입는 것들을 쓰레기 통에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하며 그것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다. 나부터, 내가 먼저. 이게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