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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Jun 18. 2024

골목길 야생화 44 끈끈이대나물

줄기에 끈끈한 방어선을 치는 귀화식물


끈끈이대나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건 자연의 법칙.

이 법칙을 알기에 야생화 전문가들은 철마다 같은 자리에서 희귀 식물들과 재회하는 행복을 누립니다.


'콩콩팥팥'

골목길도 이 법칙에선 예외가 거의 없습니다.

이때쯤 어딜 가면 어떤 꽃을 만날 수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으니까요.

예외가 거의 없다는 건, 주인들의 변심으로 멀쩡하던 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허망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꽃으로 존재감이 확 드러나는 때가 골목길 식물들에겐 더 위험해요.

지금쯤 그 꽃을 볼 수 있으려니 하고 갔다가 낭패를 당하곤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름은 ‘끈끈이대나물’

영어로는 Catchfly.

이름대로 끈끈한 물질로 파리를 잡는 풀이라는 뜻인데요.

꽃 모양이 이국적이고, 짙은 분홍색이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곱습니다.

해마다 군락지 면적이 늘어나는 게 보일 정도로 번식력이 강합니다.


이 친구는 토종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야생으로 퍼져나간 것이랍니다.

정원을 가꾸는 분들은 어느 하나가 정원을 가득 채우는 걸 싫어하거든요.


이처럼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된 식물을  '귀화식물'이라고  합니다. 귀화식물 대부분은 토종식물과의 경쟁에서 이길 만큼,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합니다. 골목길 야생화 6번째로 소개한 '서양민들레'가 대표적이지요.


귀화식물의 대표격으로 가을까지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서양민들레의 씨앗들. 토종인 민들레는 봄철에만 개화하고 결실한다.

개망초, 도깨비가지, 자주달개비, 토끼풀, 붉은토끼풀, 등심붓꽃, 미국미역취 역시 귀화식물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귀화식물은 220여 종으로  자생식물의 0.5%에 달한답니다. 귀화식물의 일부가 생태계나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해요.

특히 가시박, 미국등골나물,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등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해로운 귀화식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끈끈이대나물 알아봅니다.


석죽과의 한두해살이풀입니다.

유럽이 원산지.

학명은 Silene armeria L.

고성륜(高雪輪), 세레네, 세일러니라고도 불러요.


키는 약 50cm.

식물체 전체가 분가루 뒤집어쓴 것처럼 흰빛이 돌아요.

털은 없이 매끈하고요.

줄기 윗부분의 마디 밑에서 끈끈한 갈색 진액이 나와요. 흔히 개미 같은 작은 곤충이 끈끈이에 걸려 붙어 있죠.


마주나는 잎은 장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잎자루가 없어요.

6~8월 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핍니다.

줄기 위쪽에서 갈라져 나온 꽃대 끝에 취산꽃차례로 빽빽이 피죠.

꽃잎은 5개로 수평으로 퍼지고요.

끝은 오목하게 들어가며, 밑에 손톱 모양의 돌기가 있어요. 화관 지름은 1cm 정도.

꽃받침은 곤봉 모양. 마디 밑에서끈끈한 갈색 진액이 줄기를 감싼다.

꽃받침은 곤봉 모양이며 길이는 1.5cm 정도.

끝이 5개로 갈라지고, 꽃받침조각은 끝이 둔해요. 가장자리는 흰색의 막질(膜質: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로 되어 있습니다.

수술 10개, 암술 3개.


열매는 삭과로서 긴 타원형이며 대가 있고 6개로 갈라지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습니다.


끈끈이대나물의 유사종에는 울릉장구채, 층층장구채, 오랑캐장구채, 흰대나물, 가지대나물 등이 있답니다.


관상용으로 주로 기르는데요. 야생으로 돌아간 녀석들도 많아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에서도 만날 수 있을 만큼 전국에 퍼져 있어요.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답니다.

민간에선 전초를 채취해 정혈(精血), 최유(催乳)용으 쓴답니다.


꽃말은 '청춘의 사랑', '함정'.


청춘의 사랑은 맹목(盲目) 그 자체이니 사랑의 덫에 걸려 가슴앓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아름다운 꽃을 향해 돌진하던 개미나 진드기들이, 설령 끈끈이에 걸려 목숨을 더라 전진할 수밖에 없는 그 치명적인 맹목.

그렇더라도, 그런 아픈 사랑의 기억 하나쯤 없었다면, 그 청춘 별 볼 일 없었으리라 보아도 되지 않을까요?


사진 왼쪽 아래, 함정으로 두른 끈끈이 방어선에 개미가 걸려 있다. 고운 꽃만 보고 직진하던 개미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맹목적인, 저돌적인, 지독한, 헌신적인, 고결한, 얼토당토않은ᆢ

사랑과 증오, 열정과 갈등을 그린 문학작품들 엄청나게 많죠?

멀게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신들끼리 사랑싸움부터, <일리아드>와 같은 전쟁 영웅을 그린 서사시의 씨앗이 된 사랑.


제 기준으로, 사랑의 이모저모를 생각하게 해주는 고전들을 꼽아볼게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장미 정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에 AI가 제작한 그림.  AskUp, an AI bot by Upstage.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제인 에어> - 샬럿 브론테

<주홍글씨> - 너새니얼 호손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오페라의 유령> - 가스통 르루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제럴드

<채털리 부인의 연인> - D.H. 로렌스.



■■ 나름 친숙하다고 여겨 올 들어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던 끈끈이대나물.

늘상 그곳에 있으려니 여기며 지나쳤다가, 주인의 변심으로 낫질을 당해 초토화된 밭을 보는 순간 후회막급이었어요.

그 어느 것도 항상 있으리라 믿고, 방심하거나 무심했다가는 떠난 뒤 후회!

꽃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콩콩팥팥'의 법칙을 믿기에, 올해 쓰러진 그 자리에서 의연하게 새로 돋아난 그대를, 내년엔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렵니다.


바이바이 마이 러브~~


2024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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