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로 시작합니다. 고사성어는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한자로 이루어진 말.대부분 네 글자로 된 게 많아 사자성어(四字成語)라고도 하지요.
결초보은(結草報恩: 맺을 결, 풀 초, 갚을 보, 은혜 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인데요.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여기에는 '죽은 뒤에도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보답한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춘추 시대, 진(晉) 나라에 대부(大夫)를 지낸 위무자(魏武子)란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는 조희라는애첩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위무자가 병에 걸렸습니다. 병석에 누운 지 얼마 안 되어 아들 과(顆)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죽거든 첩을 개가(改家: 결혼하였던 여자가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하여 다른 남자와 결혼함)시키도록 하거라." 그러나 병이 아주 위독해지자위무자는 아들을 불러다시유언하기를, "내가 죽으면 네 새어머니도 순장(殉葬: 따라 죽을 순, 묻을 장)시키도록 해라." 그리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났어요.
고민을 거듭하던 위과는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대로 자신의 서모를 순장시키지 않고,처음의당부에 따라 새어머니를 개가 시키기로 했습니다.
서모인 조희는 그가 아버지의 유언대로 하지 않은 것을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아버지의 유언대로 하지 않았소?" 위과의 대답. "사람은 위독해지면 정신이 흐려집니다. 저는 아버님이 정신이 맑았을 때 하신 말씀을 따른 것뿐입니다."
위과는 나중에 장군이 되었습니다. 진(秦) 나라 환공(桓公)은명장 두회(杜回)를 앞세워 진(晉)나라를 공격해 왔어요. 이에맞서 싸운 위과의군대는위기에 처했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위과가 두회의 추격을 피해 있는 힘껏 도망치는데, 뒤쫓아오던 두회 군의말들이 갑자기 풀밭에서 넘어지고 쓰러졌습니다.
달아나던 위과는 되돌아가 두회를 사로잡았지요. 그리고는 그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뜻밖에도 들판의 풀들이 서로묶여올가미가 되어 있었고, 적군의 말들이 이 올가미에 걸려 넘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적장을 사로잡아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은 물론, 크게승리를 거두었지요.
그날 밤, 위과의 꿈속에 한 노인의 혼령이 나타났답니다. "나는 당신이 개가시켜 준 그 여자의 아비 되는 사람이오. 그대가 선친의 바른 유언에 따랐기 때문에, 죽을 뻔한 내 딸이 살았소. 내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그렇게 한 것이오." 이 이야기는 <춘추좌씨전> 선공 15년에 나옵니다.
서모의아버지가 죽은 뒤 혼령이 되어서도,전쟁터의 풀들을 그러 매어위기에 처한 은인을 구함으로써 딸이 진 은혜를 갚았다는 게 바로 결초보은.
적장이 탄 말을 쓰러뜨릴 만큼 억센 그 풀의 정체는?
'그령'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너무나 연약해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옛 어른들은 풀밭에서 놀 때 친구가 발에 걸려 넘어지라고 풀들을 묶어 고리를 만들어 놓고는 숨어서 기다리기도 했다고 해요.
달구지를 끄는 소조차 이 고리에 걸리면 고꾸라질 정도로 억세고 질기답니다.
결초보은의 주인공 그령. 길을 따라 자란다. 사진 앞쪽은 그러매어 올가미를 만든 모습. 사람은 물론 소나 말도 걸리면 앞으로 고꾸라진다.
서두가 길었지요?
사실, 오늘 주인공은'수크령'입니다.
앞의 고사성어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그령과는 짝을 이뤄, 항상 그 배우자 격으로 함께 거론되는 풀입니다.
벼과 수크령속의 여러해살이풀.
우리가 잘 아는 강아지풀처럼 생겼지만, 모든 면에서 몇 배는 크고 건장하고 씩씩하게 생겼습니다.
'그령'은 두 끝을 당기어 맨다는 ‘그러 매다’에서 유래되었대요.
같은 의미의 북한 사투리 '그렁이'가 변해서 그령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영어명은 Korean Lovegrass.
수크령은 그령보다 잎이 훨씬 크고 날카롭고 억세고 질겨요.
수컷의 이미지죠?
그래서 숫그령, 수크령이 되었다고 해요. 본래 그령은 암크령이라고도 부르지요.
그령은 그러 매어 놓아도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는 데 비해 수크령은 크고 억세고 거칠어요.
그령은 벼과 참새그령속, 수크령은 벼과 수크령속이므로,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네요.
그령이나, 강아지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차게 생긴 수크령.
한국, 중국, 히말라야 일대에서 자랍니다.
높이 30~80cm.
뿌리줄기에서 억센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요.
잎은 길이 30~60cm, 나비 9~15mm.
꽃은 8~9월에 피는데 꽃이삭은 원기둥 모양이고 검은 자주색.
작은 가지에 1개의 양성화와 수꽃. 작은 이삭은 길이 5mm 정도.
밑부분에 길이 2cm 정도의 자주색 털이 빽빽. 수술은 3개.
열매는 껍질과 씨앗이 분리되지 않는영과(穎果).
억센 털이 있어 동물의 몸에 붙어 널리 퍼질 수 있습니다.
이삭을 둘러싼 털의 색깔이 연한 것을 청수크령, 붉은빛이 도는 것은 붉은수크령. 흰색은 흰수크령.
꽃은 8~9월에 피는데 꽃이삭은 원기둥 모양이고 검은 자주색.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학명 Pennisetum alopecuroides.L
길가에서 자란다 해서 길갱이, 이리 꼬리를 닮았다 해서 낭미초(狼尾草)라고도 불러요. 영어로는 Chinese pennisetum, Swamp foxtail grass. Fountain Grass.
꽃말은 가을의 향연, 신념,존경.
■ 외떡잎식물인 벼목의벼과에 속한 식물은 구분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벼과에는700 속 1만 1300종이 있고요,국내에는 105 속 300여 종이자란답니다.
쌀, 보리, 밀, 호밀, 수수, 옥수수, 귀리, 조, 기장과 같이 인류를 먹여 살리는 중요한 곡류 대부분이 벼과에 속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