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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 Jun 03. 2021

비상장주식에도 작전주가 있다

스타트업 이해하기(3)

폭탄돌리기  - 더 큰 호구를 물어라!


 좀비기업이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구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률"로서, 후속 투자를 더 높은 가치로 받을 수 있는가가 초점이지 회사의 내실은 관심의 대상 밖다. 결국 회사와 투자자들이 한 패가 되어 기업가치를 띄우고 추가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여나간다. 스타트업 투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없다.

피투자회사의 가치 상승이 곧 투자자의 성과이다.

신생 기업보다 유명 기업에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투자 집행자는 GP(VC, PE)로써, LP(모태펀드, 국민연금, 대기업, 금융회사 등)의 대리인이다.


 그렇다고 마냥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보다 외형을 부풀리기는 IR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1. 재료를 준비하고 2. 기술을 활용해서 3.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철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망가져서 내부에서 보면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 시기에 자금과 인재를 끌어오는 기술은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한 예술 행위에 가깝다.


스타트업 작전의 꽃 IR


 스타트업 작전주의 꽃은 바로 이렇게 준비된 IR이다. 설득의 기술과 거짓의 기술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IR을 잘한다는 말과 사기를 잘 치는 것은 한 끝 차이다. 알맹이 없이 끝도 없는 가치 상승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게 소재와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하며, 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작전주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리와 비슷하다. 유통물량과 거래량이 적고,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내부자(대표)가 작전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에 작전을 수행하기 얼마나 좋은 토양인지 알 수 있다.


 일례로 2015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혈액진단키트 사기극 사건이 있다. 테라노스의 대표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혈액 한 방울로 26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 개발을 자랑하며, Fortune 지의 표지 모델까지 장식하고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일순간에 거짓임이 밝혀져서 결국은 몰락하게 된 사건이다. 그녀가 사람들을 기만한 방법에 대해서 외형, 목소리, 학력, 여성 등 여려가지 심리학적 분석들이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역시 자본시장이 "스타" 트업을 만드는 구조가 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드러난 사건일 뿐이고, 투자 유치를 위한 IR 자료, 언론 홍보 PR 자료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없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만 한다면 실질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엄청난 가치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그 본질보다 투자유치가 중요한 회사는 더 이상 IT기업이 아닌 IR기업이라 부르는 편이 합당하다 하겠다.



 IR을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1. 재료


 IR의 근간이 되는 자료들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내부자료]


 내부자료를 보여주는 방법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사용자 의존도"를 의미하는 지표를 활용한 예를 살펴보자. 활성 사용자를 측정하는 기준은 일간, 주간, 월간 등 측정 주기로 구분할 수 있으며 체류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참고). 이 중에서 최대한 유리한 지표를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측정 기준은 서비스나 사용 행태에 따라 달리 할 수는 있으나, 대게 측정 주기가 짧은 지표가 높을수록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역이용하면, 유저수가 1만 명으로 동일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비교하는 경우, 매일 한 번 발송되어서 잠깐 클릭해서 보고 마는 메일링 서비스(DAU10,000) VS 매주 한 번씩 들어가서 주문하는 배달앱(WAD 10,000) 보다 좋은 서비스로 포장될 수도 있다.


[목표시장]


 목표시장이 여러 영역에 걸쳐있다면, 보다 큰 시장을 언급하고 가급적 전통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규모에 대한 임팩트와 신뢰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신규 시장보다 기존 시장이 큰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회계시장보다는 금융시장, 협업 툴 시장보다는 B2B Saas 또는 ERP 시장이란 말로 포장한다. (단, 성장 속도를 강조하고자 할 때는 반대로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또한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시장에서 진입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음을 어필하여 보다 많은 자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레버리지"라는 원리로 포장될 것이다.


[키워드]


 시장을 이야기할 때 old 한 단어를 사용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new 하고 fancy 한 키워드를 사용하여야 한다. 가령 트렌디한 블록체인, AI, 핀테크, 빅데이터, 메타버스와 같은 말들을 의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같은 서비스라도 "부동산"을 "프롭 테크"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어떤 키워드를 넣느냐에 따라 낌과 기업가치기 달라질 수 있다.


[외부 기사]


 기자간담회, 보도 자료 등 제공하여 자주 기사를 내보낸다. 제3자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때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나 기능 추가, 시리즈 클로징, 라이선스 취득 등의 이벤트 발생 시 활용 가능하다. 인용 가능한 포털이나 조사자료 등을 공개하여 더욱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


[시그널]


 신호 이론을 이용해서 자본시장에 유리한 시그널을 보내는 방법은 매우 고급 기술이다. 신호 이론이란, 정보 비대칭 하 기업의 자본조달 정책을 통해 경영자의 확신 정도를 투자자에게 전달하여 자본구조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다단계 회사에서 다이아몬드 클래스 회원이 "나도 치약을 이만큼 샀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를 활용한다. 만약 신주발행시 추가 출자하는 대표가 있다면... 그들은 진짜다.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명확한 실체가 있던가, 혹은 자신마저 속여버린 끝판왕이던가.



2. 기술


 IR을 풍부하게 해주는 기술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큰 숫자 말하기]

시장의 규모, 누적 금액, 누적 가입자, 관리 매출, 관리 자산 등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큰 숫자를 의도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킨다.

예시 1) 제도권 금융사의 사업자 대출이 400조 원입니다.

예시 2) 우리의 누적 관리 자산은 400조 원입니다.

예시 3) 우리의 누적 관리 매출 금액은 100조 원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특정 사건의 발생 시기를 연도가 아닌 월, 일까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를 다른 단위로 환산하는 등 '지금 내가 전달하고 있는 정보는 정확하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며, 앞으로 내가 하는 말도 정확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준다. 세부적인 정보에 방점을 찍어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예시 1) 정확하게 2009년 "11월"에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고 2010년 "5월"에 갤럭시 S가 출시되었는데...

예시 2) 우리의 고객 수는 10만 명인데, 이게 어떠한 수치냐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의 약 10%입니다.


[유명 기업 이름 말하기]

대기업, 유명 기업을 언급하여 후광효과를 일으킨다. 실제로 투자나 업무에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히 그냥 회의만 몇 번 하는 관계일 수도 있다. 또한 그러한 비즈니스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그들의 브랜드 효과를 자신의 기업에 투영시켜서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예시 1) 우리는 페이스북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시 2) 우리는 K사, N사에게 투자를 받았습니다.

예시 3) 우리는 미국의 인튜이트나 스퀘어처럼...


[사실 간의 교묘한 결합]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한 문장으로 축약 또는 생략시켜서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출 수 있다.

예시)

[사실 1] A, B, C, D 서비스를 제공하고 묶어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2] E 서비스는 개발 중이다.

[사실 3] A 사용자는 100만 명인데, B, C, D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4] A 사용자 100만 명 중에서 50만 명 정도는 최근 3개월간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5] A 사용자 중 나머지 50만 명의 평균 체류시간은 하루 중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 우리는 100만 명이 사용하는 A, B, C, D, E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실질적으로 50만 명이 쓰는 메일링 서비스(AKA 찌라시)가 유저 100만의 ERP로 포장되었다!


IR자료와 현실간의 간극



[어렵게 말하기]

같은 말이라도 단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갑의 입장이나 잘난 상대일수록 한 번에 알아듣는지 못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말이라도 아는 척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는 상대방과 기싸움을 하는 것인데 명확하지 않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패배하였다.

예시 1) 금년 매출액은 최소 기백억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매출 백억 넘을 것 같습니다)

예시 2) 이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다)


[과장하기]

예상치나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과장하더라도 그 누구도 실패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사업에는 리스크가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Working 하지 않는 서비스를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방법도 있다. 모 엑셀러레이터 캠프에서 우승한 어떤 회사에서 발표한 데모데이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한 서비스는 4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괜찮다. 이 회사는 최근에 수백억의 투자를 받고 매출은 못 내는 채로 몸집을 열심히 불려 나가고 있다.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한다. 단어 선택에 있어서 "압도적인", "선점", "최고", "최초", "첫 번째", "신뢰" 등의 수식어를 사용하여 우리 외에 대안이 없음을 강조한다. "1위"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면 "압도적인 1위"라는 것을 표현을 사용하여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확장을 암시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플랫폼", "생태계", "연합", "제휴", "네트워크", "연결", "공동체" 등을 강조하여 현재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단어를 강조하여 듣는 사람이 무언가가 더 있다고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현실이 비록 제자리걸음일지라도 욕심과 공상의 크기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실질적으로는 B2C에 가깝더라도 B2B로 포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하는 영역이다. 그들의 수입이나 구매력은 실질적으로 급여소득자와 별 차이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B2C보다 B2B유저의 가치가 훨씬 높게 측정되는 점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영역은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어떤 프로덕트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도 어렵다!


3. 스토리


 재료와 기술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점을 이여 선을 긋고 하나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피나는 발표 연습을 하러 가자. 여러분의 회사도 수백억 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스토리를 갖춘 IR은 알고 봐도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IR자료만으로 그 회사의 알맹이의 유무를 판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기업 과대평가, 벤처 거품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이 시장에 IR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장치와 감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시장에서 발생하는 IR 자료 또한 대해 제3자가 확신을 부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번외]


회사명 : 얼핏 들었을 때, 공기관처럼 짓는 경우도 있다.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작정하고 시작한 것이다.

무료 B2B 서비스의 유저수 : 가입은 해볼 수 있으나 무료 서비스가 주는 효용은 미미하다. 특별히 사용하지 않더라도 탈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효 유저로 카운트된다. 가치 평가 시 유저 수당 가치가 B2C 서비스보다 훨씬 높다.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서 퀄리티의 처참함을 들키기 쉽지 않다.

무료 B2C 서비스의 유저수 : 광고비만 많이 집행하면 유저는 가입 후 탈퇴하지 않고 앱을 삭제하거나 방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유저수를 뻥튀기할 때 사용한다. 유저는 본인이 가입한 사실조차 잊고 있겠지만 역시 IR자료로 활용된다.

투자자 분산 전략 : 보통은 한 번에 많은 금액을 투자받고자 하지만, 금액에 한도를 주고 여러 투자자에게 나누어 받는 기술도 있다. IR의 횟수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회사에 대한 대표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며, 라운드를 더 멀리 가져갈 수 있는 기술이다. 단, 대표가 IR에 집중할수록 내부 상황에는 관심이 없어질 것이다.

라이선스 취득 : 때로는 규제 샌드박스, 마이데이터 등 제도의 변화를 IR에 이용한다.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있지 않더라도 때로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밸류를 얻기도 하고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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