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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폭염 러닝

by 클로이


정말 더운 날씨다.


그래도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고 5km를 완주하는 것도 버겁지만, 러닝을 할 때가 행복하다.


지난 초복에는 러닝크루 회원들과 러닝하고 삼계탕을 먹었다.


땡볕 오전에(나무가 있어 그래도 햇빛을 막아준다) 러닝하고 삼계탕 먹는 내 인생이 레전드네, 이게 뭘까 싶었는데 이열치열 느낌으로 나름 찮았다.


정신승리를 하자면은,

너무 덥다 보면 조금만 시원해도 확 시원해진다.


중복에도 러닝하고 치킨을 먹는데, 너무 에너지 소진해서 입맛도 돌지 않았다.


살면서 보낸 여름 중에 가장 덥고 온몸으로 여름을 만끽하는 듯하다.


더우니깐, 더 땀을 내서 여름을 극복하다니 점점 미쳐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보다는 지난

몇 년간 정체되어 왔던 흐름이 깨지고 있는 게 느껴져서 기쁘다.


브런치를 뒤져보면 2021년부터 늘 마음이 정체돼있었던 것 같은데(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21년에 답답한걸 글쓰기로 풀고, 22년~24년은 그야말로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정신이 없고 몸은 무겁고, 좀 나아졌는가 하면 답답하고 반복이었다. 순간순간 마음이 편할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불안감이 컸다.


그래도 되지도 않는 미라클모닝이니, 요가니,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올해 드디어 달리기를 시작하니 뭔가가 뻥-뚫린 느낌이다.


그게 뭔가 생각해 보면, 당연히,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얻는 희열도 있겠지만 몸과 정신은 정말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은 기분.


늘 부정적 사고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문제라 생각했는데 충분히 뛰고 연소하지 않아서 그런거였다. 사람의 매커니즘은 몸이 정체되고 굳어지면 정신도 우울해질뿐이었다.


그냥 그런거다.


내 몸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돌보지는 않았기에(늘 다이어트 목적이었기에 오히려 돌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온전히 뛰고 호흡하고 몸을 소모하는 행위를 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큰 것 같다.


되든 안되든 일단 뛰고 났을때의 명료함과 깨끗함.

그리고 보상심리가 들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상쾌하다.


다른 운동은 하고 나면 보상심리로 먹는게 당겨서 도루묵이 되었는데, 러닝은 정신에서 만족이 되니 음식이 땡기지 않고 잔여물이 없는 느낌이다.


덥지만 상쾌한 여름.


여름을 늘 싫어했었는데, 이번에는 다다.

불지옥같은 여름을 통과해서 나는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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