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위바위보쌈 Aug 03. 2023

무더운 여름, 광화문에서 메밀과 보쌈이 만난다면

서울 종로구 청진동 광화문 미진

서울 종로구 청진동 광화문 미진 앞 인파와 간판의 모습

기온이 36도까지 차오르는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음식이 떠오른다. 냉면도 좋지만, 시원한 메밀국수가 당기는 날도 많다. 그럴 때면 광화문 복판에 있는 이곳을 찾는다.


광화문 미진은 본래도 인기가 많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 등 방송에 나오며 더 유명해졌다. 게다가 무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줄이 더 길어졌다. 보통 빨간 라인 안에 사람들이 다 들어와 있었는데, 최근에는 옆 건물 입구까지 줄이 늘어져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금방 줄이 줄어든다. 음식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회전이 빠른 편이다. 빨간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면 대게 15~20분 내에 가게로 들어갈 수 있다. 올리브영 쪽에 서 있더라도 30~40분이면 들어간다. 포기할 필요가 없다.


가게에 들어서면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TV에는 YTN 뉴스가 나온다. 안내를 받고 1층으로 가든, 2층 올라가든 알아서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이곳의 메인은 메밀이다. 하지만 별미는 보쌈이다. 가게 간판에도 보쌈이 메밀국수와 함께 써있다. 또 하나의 별미는 돈가스다.


이 세 개를 둘이서도 다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메밀 하나, 맛보기 보쌈 하나, 돈가스 하나. 메밀의 양이 많고, 돈가스에도 메밀이 나오기 때문에 충분하다. 맛보기 보쌈은 가격이 14000원인데 양이 많다.


밑반찬으로 깔린 열무김치와 단무지를 맛보고 있으면 음식들이 금방 나온다. 시킨 지 5분도 채 안 돼서 등장한다. 갈색빛 보쌈이 등장하면 식사 시간은 시작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광화문 미진 맛보기 보쌈(14000원)

사실 이곳을 10번째 가게로 쓰기에는 여러 고민이 들었다. 서울 전역에 즐비한 보쌈전문점이 있음에도 메밀국수가 주인공일 수 있는 이곳이 적합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보쌈이 간판에도 써있을 정도로 메인이거니와, 그 맛도 여러 차례 탐구한 결과 전문점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곳의 고기는 그간 소개했던 곳들과 달리 갈색빛을 띤다. 아마도 된장을 사용해 잡내를 없앴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된장 내가 강하지 않다. 쉽게 만든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물은 쉽지 않다.


보통 쉽게 만든 보쌈은 질기기 마련이다. 근데 이곳의 보쌈은 질기지 않다. 부위는 삼겹살이다. 고기의 맛이 지나치게 달지도 않다. 고기 자체로 보면 보쌈만 팔아도 손색없는 집이다.


다만 김치는 다소 아쉽다. 무김치만 나오기 때문이다. 보쌈의 기초는 배추김치에 쌓인 무김치인데, 배추김치가 빠지니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래도 무김치 자체의 맛이 부족하지 않다. 다른 보쌈전문집들의 무김치가 쓰거나 전분맛이 강한 데 비해, 이곳의 무김치는 맛있는 편이다.


그렇게 고기에 무김치를 올려서 먹으면 입안이 행복해진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광화문 미진 메밀국수

이곳의 알려진 주인공 메밀국수를 처음 먹은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한 입을 먹은 순간 같이 갔던 일행과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둘 다 눈이 동그래지며 놀랐다. 메밀면이 이렇게 쫄깃할 수 있구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먹었을 때 그 신기함은 줄었다. 맛이 변하건 아니고,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집의 메밀국수는 최상위권에 가깝다. 괜히 미슐랭에 매년 선정되는 것이 아니다.


돈가스는 특출나진 않다. 아이들을 데려와서 먹기에 좋은 편이다. 아이 입맛인 친구들이 있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메밀국수와 돈가스의 조합은 이미 증명된 것이기에 빼먹기엔 아쉽다. 그래서 메밀국수, 보쌈, 돈가스가 함께한다면 틀릴 수가 없다.


줄이 좀 길면 어떤가. 그렇다고 1시간, 2시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기다린 보람이 없지도 않다. 맛있는 보쌈과 메밀국수가 날 기다리고 있다.


미진은 다시 생각나는 곳이다. 메밀국수도 그렇지만, 보쌈도 뒤처지지 않는 곳이다. 지금처럼 시원한 맛과 보쌈을 함께 즐기고 싶을 때 찾기 좋다.


광화문 복판에서 메밀과 보쌈을 즐길 수 있는 곳, 광화문 미진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새로운 글로 찾아뵙니다. 다음 주는 한 주 쉬어갑니다. 8월 17일 돌아오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