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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Jul 27. 2023

보쌈이 조금 더 친숙해지는 순간

서울시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서울시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간판

종로는 보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종로 3가 보쌈골목부터 을지로, 무교동, 시청에 이르기까지 보쌈 맛집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꼭 보쌈만 취급하지 않더라도 메뉴에 보쌈이 있는 맛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담 없이 편하게 보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서대문의 종로보쌈이다.


서대문역 1번 출구를 올라오면 곧바로 종로보쌈이 자리하고 있다. 허름한 간판에는 보쌈을 몇 년째 다루는지 증거가 명확하게 써져 있다. 누가 봐도 맛집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의 입구로 들어가면 점심 장사로 분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종로보쌈은 점심을 먹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보쌈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곳에 오면 쉽고 편하게 보쌈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주변에 많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는다.


자리에는 반찬들이 이미 나열돼 있다. 낙지 젓갈과 콩나물 무침, 시래기 된장국, 마늘과 새우젓 등이 보기 좋게 깔려있다. 월, 수, 금에는 맛있는 떡볶이도 함께 있다.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싶다면 요일을 잘 골라야 한다.


자리에 앉으면 큰 선택지는 세 개. 일반 보쌈 정식, 살코기만 보쌈 정식, 특 정식이다. 특을 굳이 시키지 않아도 양은 충분하다.


5분도 안 걸려서 주문한 보쌈 정식이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보쌈특정식

이곳의 고기는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다. 하지만 평범함에 중독되게 만든다. 한입을 넣은 순간 젓가락을 쉽게 내려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기는 부드럽다. 그리고 잡내가 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주변 보쌈가게들도 기본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이 다른 점은 지나치게 양념이 과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가게는 돼지 잡내를 없애기 위해 단맛을 가미한다. 사과를 넣거나, 물엿 또는 설탕을 넣어서 고기를 달달하게 만든다. 그런 고기가 맛이 없지는 않지만, 먹다 보면 물리기 마련이다.


종로보쌈의 고기는 단맛이나 짠맛 같은 가미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고기 자체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평범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고기다. 같이 갔던 사람들도 종로보쌈의 고기는 과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김치는 2% 부족하다. 양념이 모자란 느낌이 든다. 젓갈의 맛도 심하지 않고 양념이 부담스럽지도 않지만, 조금만 더 깊은 양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쉬운 김치지만, 그래도 고기와 함께 먹으면 행복해진다. 밥이랑도 잘 어울린다. 모자란 김치의 양념 맛은 낙지젓갈이나 콩나물, 떡볶이 등 반찬으로 채우면 된다.


그렇게 백반을 한입, 한입 넣다 보면 즐거워진다.  덕분에 오후는 든든하고 행복해진다.


종로보쌈은 보쌈을 편하게, 평범하게 백반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의 배달 모습

종로보쌈이 좋은 이유는 배달이 된다는 점이다.


서대문구 일대에서는 종로보쌈을 배달해서 먹을 수 있다. 국이나 떡볶이를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 온다. 식지도 않게 따뜻한 상태로 오기 때문에 맛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주변 지역이라면 집에서 편하게 보쌈을 느끼고 싶을 때 배달로도 시켜서 먹으면 된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메뉴판

저녁에도 충분히 즐기기 좋은 곳이다. 안주류로 일반 보쌈이 있고, 족발이나 삼합도 있다. 물론 굳이 족발을 먹으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는 보쌈 전문점이다.


종로보쌈은 일부 지역에 체인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시청에 있는 종로보쌈 체인점인 것처럼 이름이 똑같고 메뉴판도 비슷한 곳은 가격도 더 비싸고 맛도 별로다. 점심에 가면 다 식은 상태로 음식이 나오고, 김치도 더 싱거운 편이다.


무리해서 종로보쌈이 확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보쌈을 친숙하게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보쌈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곳, 종로보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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