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위바위보쌈 Jan 11. 2024

보쌈 맛집을 찾는 두 번째 방법

번외편) 두 번째 이야기, 고기를 본다

충무칼국수 보쌈 고기의 모습

보쌈의 기본은 김치다. 김치가 맛있으면 그 보쌈집은 맛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쌈은 김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고기의 역할도 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쌈 맛집의 두 번째 번외편 이야기는 '고기'다. 현대 사회에서 보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바로 이 고기를 떠올린다. 그래서 족발이 보쌈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쌈은 엄연히 고기와 김치가 함께 나오는 요리다. 족발과 같은 음식으로 묶기엔 너무 다른 음식이다.


보쌈의 고기가 가져야 할 자격은 크게 두 가지다. 부드러움과 냄새다.


먼저 부드러운 고기다. 고기가 부드러운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술집에서 안주로 먹는 보쌈을 먹을 때면 "이런 걸 고기라고 내놓는 거야?" 싶을 정도로 질긴 고기를 맛보곤 한다.


고기가 질긴 이유는 간단하다. 물에 오래 담아둬서 육즙이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게 참 어렵다. 물에 넣어놓으면 오히려 물을 머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고기를 지나치게 빨리 꺼내면 그거는 그거대로 질기다. 덜 익었기 때문이다. 덜 익어서 육즙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퍽퍽한 고기 자체를 먹을 수 있다.


고기가 부드럽기 위해서는 부위도 중요하다.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섞인 삼겹살이 수육으로 인기 있는 이유다. 목살, 항정살로도 부드러움을 만들 수 있지만, 삼겹살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부드럽게 만들기 용이하다.


그런데 이 채널에서 '보쌈 맛집'이라고 적는 집들의 대부분은 앞다리살로 보쌈을 내놓는 곳들이다. 그런 집들이 부드러운 고기를 내놓는 것은 정말 엄청난 기술이다. 앞다리살에 비계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삼겹살보다 부드럽게 만들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기술과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강남구청에 새로 생긴 주점의 보쌈

아무리 부드러운 고기여도 시간이 지나면 질겨지기 마련이다. 기름이 다 빠져나와서 먹기 힘들어질 정도다.


가끔 주점에서 탕으로 나오는 수육들이 있다. 그런 수육들은 얼른 먹어야 육즙을 다 즐길 수 있다. 시간 끌려서 탕 안에 고기를 넣어두면 금방 질겨진다.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 천천히 먹을 필요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먹으면 질긴 고기를 맛보게 된다.


고기의 두 번째 자격, 냄새다. 여기서 말하는 냄새는 잡내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끔 어떤 보쌈집에서는 지나치게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단맛이나 양념을 많이 넣고는 한다. 마늘보쌈집이 특히 그렇다. 마늘보쌈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선호하지도 않는 이유는 마늘 양념이 고기를 그냥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니면 고기에 불향을 입히거나, 고기에 양념소스를 바르거나, 고기에 설탕을 잔뜩 넣어서 아예 육향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먹으면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치와 같이 먹기에 과연 적합할지 궁금하다.

가좌역 근처에 있는 도부라는 주점의 항정수육

돼지고기의 잡내를 제거하면서도 육향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은 마늘, 통후추, 월계수, 된장, 커피 등으로 잡내를 없앤다.


정말 잘하는 집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이 재료들의 맛이 나지 않는다. 진짜로 고기의 냄새만 남아 있어서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 집들의 비법을 알고 싶어서 여러 번 먹어보지만, 알기 쉽지 않다.


두 가지 자격을 갖췄다면 이제는 김치와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게 보쌈 맛집의 완결이다.


고기가 지나치게 강하다면, 김치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김치와 같이 내놓는 수육은 그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야 한다. 수육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김치 없이 따로 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맛있는 보쌈집의 조건, 고기의 부드러움과 냄새다.


다음 맛있는 보쌈집을 찾는 방법 번외편에서는 고기와 김치의 조화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찾아오고 싶은데, 새해라 일이 몰려서 한 주 늦춰진 점 죄송합니다. 새로운 콘텐츠들을 많이 가져와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보쌈 맛집을 찾는 첫 번째 방법

https://brunch.co.kr/@redlyy/38

작가의 이전글 대통령이 먹은 보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