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봉산평양냉면 첫 번째 이야기
직업의 특성상 이북 사람들, 또는 평양을 다녀온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서울에서 먹는 평양냉면은 평양에서 먹었는 '랭면'과는 맛이 달랐다는 것이다.
평양의 냉면은 어떤 맛일까. 어떤 분은 인터넷에서 파는 청수냉면과 같은 맛이라고 하고, 어떤 분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간이 세다고 했다. 식초를 잔뜩 뿌려서 먹거나 다진 양념(다데기)을 풀어서 먹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심심한 맛과는 거리가 있다고 그랬다.
해외에서 평양냉면과 비슷한 북한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상당히 짜고 먹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진 양념을 풀어서 먹으면 맛있다는 지인의 후기가 있었지만, 나는 한 입만 먹고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다. 그래서 다진 양념을 푼 맛을 느끼진 못했는데 어쨌든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평양냉면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오늘 소개할 집이 평양냉면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양냉면에 대한 소개보다는 역시 나는 보쌈, 수육을 소개하고 싶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북식으로는 '제육'.
이 집은 논현역 9번 출구를 나와서 이투데이 빌딩 뒷골목으로 들어와 쭉 오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몇 자리가 있으니 차를 끌고 일요일 같은 한적한 날에 가족끼리 외식하러 오기도 좋다.
간판에는 '봉산평양냉면'이라는 멋진 글자가 쓰여있다. 이 이름을 추측하건대, '봉산'은 아마 황해도 봉산군에서 따온 이름일 것 같다. 황해도 봉산군은 '봉산탈춤'의 유래가 된 곳이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평양과 상당히 가까운데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잇는 중간에 있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빈이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달리고, 중간에 사리원시 병원을 가고. 사리원이 바로 과거에는 봉산군이었으며 지금은 빠져나와 봉산군 옆에 있는 도시다.
아무튼 이 집은 봉산군에서 만든 평양냉면집이 기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게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리가 상당히 많다. 메뉴판은 사진처럼 TV화면에 나와있다. 보기 쉽고, 직관적이다.
크게 식사와 요리로 나뉘어있는데, 이 집에서 먹을 건 간단하다. 냉면과 제육, 그리고 곁들일 수 있는 접시만두 정도다.
자리에 앉아서 평양 물냉면과 제육 반접시를 시킨다. 욕심 같아서는 한 접시를 먹고 싶지만, 우리는 냉면도 맛보고 이북식 만두도 맛봐야 하기 때문에 반접시로 대체한다.
주문과 함께 자리에는 간단한 밑반찬들이 깔린다. 대부분의 평양냉면집이 그렇듯 무절임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편마늘과 청양고추, 새우젓, 쌈장이 자리한다. 배추김치는 추후에 나올 제육의 곁들임 역할을 한다. 나름의 보쌈김치 느낌.
조금 기다리다 보면 만두가 먼저 나온다. 만두의 맛은 세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만두를 먹다 보면 정갈하게 담긴 제육이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의 시간이다.
봉산평양냉면 소개도 3탄으로 구성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같이 맛볼 글: "평양냉면 집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보쌈" https://brunch.co.kr/@redlyy/25 (진미평양냉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