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VS 철학 — 동양과 서양이 마주 앉았을 때

by 이제이

(이 글은 강신주 저 『철학 VS 철학』 2016년 개정 완전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10년, 나는 처음으로 『철학 VS 철학』을 만났다. 그 시절의 나는 삶의 방향을 잃고,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조차 찾지 못한 채 무거운 날들을 지나고 있었다. 사람의 위로도, 현실의 팁도 마음에 닿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수천 년 전 인류가 부딪혔던 질문과 답변을 내 앞에 펼쳐놓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단지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동서양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평생을 걸고 붙잡았던 주제라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그날 이후로 삶이 무거워질 때마다 나는 이 책을 꺼냈다. 몇 쪽을 읽기만 해도,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은 같은 질문 앞에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동양은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찾으며 관계 속에서 의미를 발견했다. 서양은 분석과 논리를 통해 본질을 파헤치며 개별 존재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철학 VS 철학』 2016년 개정 완전판은 이러한 두 흐름을 하나의 큰 장에서 만나게 한다. 그 안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공자와 장자, 에피쿠로스와 묵자,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들이 시대와 문화를 넘어 마주 앉는다.



플라톤은 진리를 초월적 이데아 세계에서 찾았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그림자에 불과하며, 참된 앎은 이데아를 향한 정신의 상승에서 온다고 보았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이야말로 구체적인 사물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 속 개별 존재를 분석하고 분류하며, 그 안에서 원리를 찾았다. 동양의 노자와 장자는 이 두 서양 사상가와는 또 다른 길을 걸었다. 그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도’를 인위가 아닌 자연의 흐름 속에서 찾으며, 억지와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 하나의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같았지만, 그것을 하늘 위에서 구하느냐, 현실 속에서 발견하느냐, 아니면 흐름 속에 맡기느냐에서 길이 갈렸다.

행복을 두고도 두 전통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의 최소화와 마음의 평정을, 스토아학파는 우주적 이성에 따른 덕의 실천을 강조했다. 동양의 공자는 사랑을 인(仁)으로, 묵자는 사랑을 차별 없는 겸애로 표현했다. 하나는 개인의 내면적 평화를, 다른 하나는 모두와 나누는 관계 속의 조화를 추구했다. 서로 다른 어휘를 쓰지만, 결국은 ‘좋은 삶’이라는 같은 지향을 드러낸다.

국가와 권력에 대한 논의에서는 놀라운 공명이 나타난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 정의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절대 권력을 옹호했다. 한비자 역시 인간의 본성을 불신하며 법과 형벌을 강조했다. 또, 서양의 마키아벨리와 동양의 손자는 권력을 지키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상보다 현실적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문화가 달라도, 권력의 본질을 직시하는 시선은 닮아 있었다.

『철학 VS 철학』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것을. 서양이 개별성과 논리로 다가간 질문에 동양은 조화와 관계로 응답하고, 동양이 전통과 질서 속에서 던진 물음에 서양은 비판과 변혁으로 맞선다. 두 전통의 차이는 결국 하나의 목적지, ‘좋은 삶’이라는 보편적 갈망으로 이어진다.

2010년에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이후로, 나는 그 안에서 수십 번 길을 찾았다. 때로는 공자의 따뜻한 시선에서, 때로는 니체의 날카로운 외침에서, 때로는 장자의 자유로운 바람에서. 『철학 VS 철학』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우리가 서로 다른 사상을 품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자 비교 리스트 (텍스트형)

1. 본질

동양: 노자, 장자 — 본질은 자연의 흐름과 조화 속에 있으며, 인위적 개입을 피하고 삶의 자연스러운 질서 속에서 이해해야 함

서양: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 플라톤은 초월적 이데아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 사물 속에서 본질을 탐구

공통점/차이점: 모두 ‘진리’와 ‘본질’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현실과 조화를 강조하고, 서양은 초월 혹은 분석적 관점을 추구




2. 행복

동양: 공자, 묵자 —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현되는 도덕적 삶, 사랑과 조화 속에서 얻음

서양: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 행복은 내적 평정과 덕 실천, 고통 최소화 혹은 이성적 자기 통제에서 도출

공통점/차이점: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목적은 동일하나, 동양은 관계 중심, 서양은 개인 내면 중심




3. 인간 존재

동양: 맹자, 순자 — 인간 본성은 선하거나 악할 수 있으며, 교육과 수양을 통해 인간성을 발현

서양: 파스칼, 데카르트 — 인간은 이성과 사고 능력을 가진 존재, 자기 성찰과 합리적 사고가 인간 이해의 핵심

공통점/차이점: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도덕적 성향과 사회적 관계를, 서양은 이성과 개인적 사고를 강조




4. 국가와 권력

동양: 한비자, 손자 — 인간 본성은 불완전하므로 법과 형벌, 전략적 사고가 필요

서양: 홉스, 마키아벨리 — 자연 상태를 ‘투쟁 상태’로 보고, 권력과 질서 유지를 위한 현실적 접근 강조

공통점/차이점: 권력과 질서 유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동양은 법과 도덕, 서양은 제도와 전략 중심




5. 사랑과 관계

동양: 공자(인), 묵자(겸애) — 사랑은 모두를 향한 도덕적 책임이자 관계 속 실천

서양: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 사랑은 인간의 내적 성숙, 영혼과 이상적 세계와의 연결로 이해

공통점/차이점: 사랑을 인간 삶의 핵심으로 보지만, 동양은 타인과의 조화, 서양은 개인과 이상 세계 연결 강조




6. 자유와 운명

동양: 장자, 노자 — 자유는 자연의 흐름과 조화를 따르는 삶, 인위적 제약에서 벗어남

서양: 사르트르, 알튀세르 — 자유는 개인의 의식과 선택 속에서 실현, 사회 구조와 존재론적 책임 인식 필수

공통점/차이점: 인간 자유의 문제를 탐구하되, 동양은 조화와 수용, 서양은 개인적 책임과 선택 강조




7. 인식과 진리

동양: 혜시, 공손룡 — 논리와 언어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 현실과 경험 기반

서양: 칸트, 데카르트 — 인간 인식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 합리적 사유와 형이상학적 질문

공통점/차이점: 진리를 탐구하지만, 동양은 경험적·관계적, 서양은 분석적·형이상학적 접근




8. 삶과 죽음, 해탈

동양: 나가르주나, 지눌, 성철 — 생과 사를 초월하는 지혜, 마음과 인식의 변화를 통한 해탈 강조

서양: 쇼펜하우어, 니체 — 삶과 죽음을 인간 존재의 조건으로 직시, 개인적 수용과 힘을 통한 자기 극복

공통점/차이점: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하지만, 동양은 내적 평화와 깨달음, 서양은 개인적 힘과 극복 강조


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자 비교 리스트 (9번~33번)



9. 보편자

동양: 주희, 왕수인 — 이理와 氣의 조화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원리를 설명

서양: 아퀴나스, 오컴 — 보편자의 존재 여부와 개념, 사유 속의 추상적 실재를 탐구

공통점/차이점: 모두 세계의 보편적 원리를 탐구하지만, 동양은 현실과 자연에 근거, 서양은 논리적·형이상학적 사유 강조




10. 타자와 소통

동양: 장자, 공자 — 타자는 나와 관계 속에서 이해, 조화와 공감 중심

서양: 버클리, 들뢰즈 — 타자는 개별적 주체로 인식, 언어와 철학적 개념을 통한 소통

공통점/차이점: 소통을 통한 인간 이해를 추구하되, 동양은 관계적, 서양은 개별적·분석적




11. 기억과 역사

동양: 사마천, 주희 — 역사 속 사례와 교훈을 통한 도덕적 성찰

서양: 헤겔, 마르크스 — 역사 발전의 법칙과 변증법, 구조적 분석

공통점/차이점: 과거를 배우는 도구로 삼지만, 동양은 윤리·교훈 중심, 서양은 구조·논리 중심




12. 아름다움과 예술

동양: 왕희지, 이황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은 미적 감각

서양: 칸트, 부르디외 — 미적 판단과 형식, 감각과 개념의 통합

공통점/차이점: 아름다움의 기준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조화·관계 중심, 서양은 판단·형식 중심




13. 에로티즘과 본능

동양: 의상, 원효 — 욕망과 본능을 마음과 도덕 속에서 조율

서양: 쇼펜하우어, 바타유 — 인간 본능과 욕망의 존재론적·철학적 의미 탐구

공통점/차이점: 본능의 역할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도덕적 통제, 서양은 존재론적 분석


14. 마음과 인식


동양: 임제, 종밀 — 마음은 세계와 연결되며 깨달음을 통해 진리 인식


서양: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 존재와 지각, 현상학적 관점에서 마음 탐구


공통점/차이점: 마음의 역할과 인식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직관적·관계적, 서양은 분석적·현상학적




15. 자유와 선택


동양: 장자, 노자 — 자유는 자연과 조화, 집착에서 벗어남


서양: 사르트르, 알튀세르 — 자유는 개인 의식과 책임, 선택의 결과를 포함


공통점/차이점: 자유를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보지만, 동양은 수용과 조화, 서양은 선택과 책임 강조




16. 이름과 언어


동양: 혜시, 공손룡 —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되 완전하지 않음


서양: 러셀, 비트겐슈타인 — 언어와 의미, 논리 구조의 한계와 가능성 탐구


공통점/차이점: 언어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실용적·관계적, 서양은 논리적·분석적




17. 과학과 결정론


동양: 장재, 주희 —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원리와 조화로 이해


서양: 하이젠베르크, 프리고진 — 물리적 세계와 과학적 법칙 속 결정론과 불확정성 탐구


공통점/차이점: 자연법칙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조화 중심, 서양은 경험·실험 기반




18. 생명과 논리


동양: 바수반두, 나가르주나 — 생명과 존재를 마음과 인식 속에서 해석


서양: 도킨스, 마투라나 — 생명의 진화와 논리를 과학적·철학적으로 분석


공통점/차이점: 생명을 탐구하지만, 동양은 존재론적·철학적, 서양은 과학적·분석적




19. 미래와 시간


동양: 장자, 주희 — 시간은 순환과 조화 속에서 이해


서양: 베르그송, 레비나스 — 시간과 미래는 의식과 경험 속에서 이해


공통점/차이점: 시간과 미래의 의미를 탐구하지만, 동양은 순환·조화, 서양은 의식적 경험 중심




20. 진실과 사회


동양: 정약용, 최제우 — 진실은 도덕과 인간관계 속에서 구현


서양: 그람시, 벤야민 — 진실과 사회 구조, 역사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탐구


공통점/차이점: 진실의 의미를 탐구하지만, 동양은 도덕·인간관계 중심, 서양은 구조·권력 중심




21. 전체주의와 정치


동양: 청년 신채호, 장년 신채호 — 권력과 민족, 사회 변혁 속에서 정치 이해


서양: 아도르노, 아렌트 — 전체주의 발생 원인과 권력 구조 분석


공통점/차이점: 정치적 구조와 권력 문제 탐구, 동양은 역사·민족적 맥락, 서양은 철학적·이론적 분석




22. 자본과 경제


동양: 정약용, 최한기 — 경제와 사회 질서의 조화, 인간적 가치 중시


서양: 베버, 보드리야르 — 자본과 경제 구조 분석, 근대 자본주의 비판


공통점/차이점: 경제 현상 분석, 동양은 인간·사회 중심, 서양은 구조·자본 중심




23. 에로티즘과 사랑


동양: 의상, 원효 — 사랑과 인간 감정을 수행과 깨달음의 관점에서 이해


서양: 헤겔, 바디우 — 사랑은 존재론적·철학적 관계 속에서 실현


공통점/차이점: 사랑과 인간 감정의 의미 탐구, 동양은 수행적·조화적, 서양은 존재론적·이념적




24. 과학사와 지식


동양: 혜원, 범진 — 지식과 학문의 역사적·철학적 의미 탐구


서양: 포퍼, 쿤 — 과학사의 발전과 패러다임, 지식 구조 분석


공통점/차이점: 지식과 과학 이해, 동양은 철학적·역사적, 서양은 구조적·논리적




25. 예술과 감각


동양: 왕희지, 육구연 — 예술과 감각은 조화와 인간적 의미 속에서


서양: 클레, 로스코 — 예술은 인간 감정과 상징적·추상적 경험


공통점/차이점: 예술과 감각을 탐구, 동양은 조화·관계, 서양은 추상·상징




26. 욕망과 본능


동양: 신수, 혜능 — 욕망과 본능은 수행과 깨달음 속에서 조율


서양: 라캉, 들뢰즈 — 욕망과 본능은 인간 존재 분석의 핵심


공통점/차이점: 인간 욕망 탐구, 동양은 조화와 통제, 서양은 구조적·철학적 분석




27. 소리와 언어


동양: 종밀, 임제 — 언어와 소리는 마음과 깨달음의 도구


서양: 데리다, 들뢰즈 — 언어와 소리의 구조와 의미 탐구


공통점/차이점: 소통과 인식 도구로서 소리/언어 탐구, 동양은 직관적, 서양은 분석적




28. 결정론과 자유


동양: 장자, 노자 — 자연과 조화 속에서 자유 실현


서양: 하이젠베르크, 프리고진 — 결정론과 확률, 자유와 선택의 철학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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