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말해주는 삶의 지혜

철학과 심리로 읽는 삶의 성찰

by 이제이

우리는 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어떻게 살았어야 했는가’를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삶의 본질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가장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남기는 후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 말들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을 때’ 더 잘 살아야 했던 방향을 조용히 일러준다.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을 가장 크게 후회한다. 사회가 요구한 기준, 가족이 기대한 역할, 타인의 시선 안에서 자신을 조율하다 보면 정작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잊고 산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때 시작된다.” 그 말처럼, 타인의 기대에 자신을 가두는 삶은 결국 스스로의 가능성을 봉인하는 길일지 모른다.



많은 이들은 걱정을 지나치게 품고 살았다고 말한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불안에 대비하느라 행복을 유예한 삶. 하지만 대부분의 걱정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부정적 예측 오류’라고 부르며, 이는 우리의 삶을 불필요한 긴장 속에 가둔다. 걱정 대신 신뢰로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 용기가 우리에게 더 많은 평화를 준다.



무언가에 몰두하지 못하고 흘러가듯 살아온 삶 또한 자주 회자된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몰입은 존재하는 방식의 가장 깊은 형태”라고 했다. 하나의 일, 하나의 사랑, 하나의 관계에 깊이 빠져보지 못한 삶은, 삶의 질감을 놓친 것과 같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하려다 정작 ‘나를 불태우는 하나’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과로와 일중독. 많은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한 것을 후회한다. 그것이 생계를 위한 것이든, 자기실현이든, 어느새 일은 존재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진정한 삶은 '일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가치를 일 속에 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철학자 한병철은 이를 "성과에 갇힌 피로사회"라 말하며, 진짜 인간다움이 사라진 사회를 경고했다.



도전을 피하고 변화를 두려워한 삶 역시 죽음 앞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진다. 새로운 길을 두려워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고백들. 그러나 심리학에서 말하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선호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불편함의 영역’에서만 일어난다. 결국 도전은 실패의 위험이 아닌, 삶의 생동감을 되찾는 선택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도 후회로 남는다. ‘괜찮다’는 말로 감정을 덮어두고,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한 채 살아온 날들. 그러나 감정은 표현될 때만이 의미를 가진다. 억압된 감정은 병이 되고, 표현된 감정은 관계를 회복시킨다.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랑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하지 못한 것, 친구들에게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 역시 사람들의 깊은 후회 중 하나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미루고, 감정을 다음으로 넘기며 살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건 단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다. 심리학자 존 보울비가 말한 것처럼, 애착은 인간 존재의 중심이며, 삶의 만족감은 바로 그 애착의 질에 달려 있다.


더 많은 세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넓은 세상, 다양한 문화, 낯선 경험들. 우리는 삶의 다양성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익숙한 것만 반복하며 살곤 한다. 하지만 여행은 단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 세상의 많은 나라를 경험하지 못한 삶은, 자신이 누구인지 더 많이 이해할 기회를 놓친 삶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나의 행복은 결국 내 선택과 노력이라는 것을. 타인이나 환경, 운명 탓을 하며 미뤄둔 행복.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이는 책임이자, 동시에 희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내적 통제감’이라고 하며, 이것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함께 상승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완성된다는 것.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끝에서 가장 소중하게 품는 기억이다. 연결과 소속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행복의 조건이다.



삶이 끝날 무렵, 우리가 후회하는 것들은 결국 하지 않은 사랑, 꺼내지 않은 말, 누리지 못한 자유에 대한 것들이다.


이 글은 죽음에 대한 글이 아니다.

살아 있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덜 후회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삶은 지금 여기에 있고, 우리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지금 이 순간을 ‘나답게’ 살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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