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었던 남자, 그러나 인류를 사랑한 작곡가

눈물로 쓴 마지막 노래

by 이제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3번 중 5악장 '카바티나(Cavatina)'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에게 허락되었다면, 그는 이토록 위대한 곡들을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을 얻기 위해 음악을 썼다면, 그는 사랑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음악을 썼다.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은 대부분 귀족이었다. 줄리에타 귀차르디, 요제피네 브룬스빅, 안토니 브렌타노...
그녀들은 베토벤의 편지에 영원히 기록되었지만, 누구도 그의 곁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의 연애편지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수신자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유품으로 남겨진 ‘불멸의 연인에게’라는 세 장의 편지였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고, 누구보다 강하게 그리워했으며, 누구보다 절실하게 외로웠다.



청력을 잃은 작곡가로 살아가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베토벤은 그 고요한 세계 속에서, 세상의 소리 대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 침묵 속에서 탄생한 음악은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말년 작품인 현악사중주 13번은 마치 베토벤 자신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깊이를 지닌다.
그 안의 다섯 번째 악장, ‘카바티나’는 그가 눈물을 흘리며 썼다고 알려진 곡이다.



음악은 말보다 솔직하다.
카바티나의 서정적인 선율 속에는 어떤 고백도, 어떤 화해도, 어떤 용서도 담길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이 말을 잃고, 첼로가 속삭이며, 비올라가 잠시 멈추는 그 찰나에, 우리는 그의 진심을 듣게 된다.

그는 끝내 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인간을 위한 음악을 남겼다.

그 진심은 지금도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온다.
마치 말한다는 듯이.

너는 혼자가 아니야.




[감상추전링크]

https://youtu.be/8VHldgzW60I?si=lON1l-yj9Z_e4aKY



《너에게 닿지 못한 선율》

이 세상에 내가 닿지 못한 것이 많다
사랑도, 말도, 음악도
모두 먼 곳에서 흐르듯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떤 날은 귀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들었다
어떤 밤은 건반 위 손끝보다
편지 속 이름이 더 떨렸다

나는 말 대신 악보를 남겼고
눈물 대신 현을 울렸다

그들이 모두 떠난 후에도
음표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카바티나
그건 내가 마지막으로 속삭인 인사
사랑하는 이여, 이젠 내 음악을 통해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걸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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