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원 Jul 18. 2019

월요일이 사라졌다

영화 관련 글 아닙니다...

 '월화수목금' 일하는 당신께 바치는 글


 혹여나 영화에 관련된 글로 알고 클릭하신 분들께는 죄송하게도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는 상관없는 글임을 먼저 알린다. 그 당황스러움에 충분히 공감한다. 영화, 특히 해외 영화에 문외한인 나 역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있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클릭했을 때 영화였다는 점에 한 번,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영화겠거니 생각하고 줄거리를 클릭했을 때 액션/스릴러 장르였다는 점에 또 한 번 당황했기 때문이다. 꽤 높은 평점에 왠지 모를 호기심이 발동해 네티즌의 댓글을 확인하고 나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영화에 관련된 내용의 여러 댓글을 제치고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ㄹㅇ 월요일 사라졌으면 좋겠다."였다.


 2000년대 초,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명성을 가졌던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인 '봉숭아학당'이 끝나고 들려오는 엔딩곡은 아직도 회자되는 공포스러운 BGM이다. 주말의 끝과 새로운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지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의 연속이었지만 어느새 우릴 정색하게 만드는 이 아이러니함. 개콘이 끝나면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다.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얼른 자야지." 약간의 짜증과 화가 섞인 말투였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다시 생각해보면 다음날은 나만 학교 가는 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일주일의 시작이었으니 어머니는 내가 아니라 월요일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월요일은 두려운 존재다. 월요일 아침, 우린 집단적 우울에 빠진다. 월요병이란 신조어가 생긴 것에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월요병의 치료법. 화수목의 고통스러운 진료를 지나 금요일이란 처방전을 받고 주말이란 약을 입속에 넣었을 때 비로소 월요병이 낫는다. 근데 이 약은 마약인가 보다. 짜릿하면 짜릿할수록 월요병의 증세가 심해진다. 더욱더 이 약을 갈구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 후유증 때문이다. 다녀온 이후의 후유증,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준비 운동 없이 온탕에서 냉탕으로 던져졌을 때의 그 심장이 멎는 기분, 어느새 그리운 온탕의 따뜻한 기억을.


 월요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을까? 있긴 하단다. 일주일을 즐겁게 사는 것. 자신의 일에 소명을 가지고 일에 이끌리지 않고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이라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조차 일이라 적고 있는 내가 웃기다. 현재 자신의 업에 만족하고 즐겁게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이 근본적 치료법이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결국 내 일주일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하루를 사는 게 정신 건강엔 훨씬 이롭다. 일 그 자체에 즐거움을 두자고 하기엔 너무 잔인하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하루 중 잠깐이나마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꼈다면 월요병 치료에 반쯤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조차도 어렵고 도저히 못하겠다 싶은 분들께 마지막으로 몇 마디 해드린다. 월요일이 사라질리는 없다. 월요병도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금요일도, 주말도 사라질 리 없다. 월요병이 있기에 우리의 금요일의 처방전도 주말의 마약도 소중하다. 시계를 보시라.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7월 18일 목요일 늦은 6시. 오늘도 다 지났고 수고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 금요 처방전 받을 수 있다. 마약 같은 주말은 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ne1 - Ugly (나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