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지역 및 준비물 추천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계획과 성향을 가진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쓴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부부의 대화에 종종 쿠알라룸푸르(KL)가 등장한다.
"수영하기 딱 좋은 밤이네. 엘리베이터 타고 쪼르르 올라가서 수영하면 참 좋겠어."
야외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추었던 그곳의 레지던스에서 밤 수영을 하던 일상이 생각 나서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일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지붕의 빌라 단지를 바라보며 남편은 자주 말한다.
"여기 풍경, 꼭 체라스* 같지 않아?"
(*체라스는 우리가 KL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동네다.)
나는 말레이시아의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 그립고, 장을 보고 계산할 때마다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에 새삼 놀라며 그곳을 떠올린다.
우린 그곳이 그리운가 보다. 자꾸만 ‘쿠알라, 쿠알라’ 하게 되는 걸 보면. 그리움이 계속된다면, 아마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KL에 다시 간다면 어디서 살면 좋을까? 너무 북적거리는 건 싫은데 편의성은 포기 못하겠고, 거리는 깔끔하되 걷거나 뛸 수 있는 녹지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우리가 다음 한달살이 거주지로 고려하고 있는 지역은 아래 세 곳이다.
1. 몽키아라(Mont Kiara)
- 위치 : KL 시내(부킷빈탕) 기준 서북쪽
- 장점 :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역. 세련된 레지던스가 많고, 한국 마트, 음식점, 미용실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장기 거주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 단점 : 물가가 저렴하지 않다. 지하철이 없어 차량이 없으면 불편할 수 있다.
2. 데사팍시티(Desa Parkcity)
- 위치 : 몽키아라 서북쪽
- 장점 : 깔끔한 신도시 느낌. 고층 빌딩이 많고, 호수 공원이 있다. 몽키아라와 가까워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접근성이 좋다. 현지인들이 내게 추천해 준 지역.
- 단점 : 몽키아라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3. 프탈링자야(Petalingjaya)
- 위치 : KL 서남쪽 위성도시
- 장점 :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녹지가 많고, 지하철이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과거 KL에서 주재원으로 지낸 선배가 추천해 준 지역.
- 단점 : 몽키아라나 데사팍시티에 비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덜하다. 좀 더 ‘현지스러운’ 동네다.
해외에서 지내며 잘 썼던 물건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다음 여행 시 챙겨갈 것도 정리해 본다.
1. 텀블러 : 외국의 식당에선 물이 공짜가 아니므로 식사 시 음료나 물을 사서 마셔야 한다. 외식을 자주 하는 여행자라, 끼니때마다 음료를 사 먹으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외출 시 뚜껑이 밀폐되는 작은 텀블러에 시원한 물을 챙겨 다녔다. 식비를 아끼고, 식당 얼음이 위생적이지 않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다.
2. 경량 우양산 : 동남아 여행 중엔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 외출 시 우산을 챙기기 마련이다. 또한 뜨거운 햇살을 피하려면 양산도 필요한데, 가벼운 우양산 하나로 비와 햇빛 모두에 대비할 수 있어 유용했다. 무게와 부피도 부담이 없어 여행 내내 매일 쓴 효자템이었다.
3. 롱 스카프 : 얇지만 보온성이 있는 롱 스카프를 다용도로 사용했다. 달랏에선 쌀쌀한 날 목에 둘러 주었고, KL에선 쇼핑몰의 에어컨 바람 아래 숄로 썼다. 기내에선 담요 대용으로, 숙소 이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이불 대신 사용했다.
4. 담요 쿠션 : 무릎 담요를 접어 주머니 안에 넣으면 쿠션이 되는 제품을 베개, 이불 대용으로 두루두루 잘 사용했다. 다만 부피가 있으니 추천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여행 전, ‘동남아 한 달 살기 준비물’을 찾아보며 많은 정보에 휘둘렸다. 캐리어 공간은 한정적인데, 남들이 추천하는 여행 필수템은 왜 그리 많은지. 안 챙기면 큰일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도 그 나라 국민들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 살게끔 되어있으니, 준비 못한 건 현지에서 대체품을 구입하면 된다. 특히 KL에는 ‘Mr. DIY’ 매장이 우리나라의 '다이소'처럼 도처에 있다. 다이소보다 품목은 더 다양하고, 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필요한 건 그곳에서 사고, 떠날 땐 미련 없이 두고 왔다.
다만 한 가지, 다음에 다시 간다면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한국에서 사 갈 예정이다. 현지 Decathlon에서 수영복을 샀었는데 디자인이 한정적이라 아쉬웠다. 그 외엔 아쉽거나 꼭 챙겨야 할 것은 없었다.
정작 여행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남들이 필수품이라 외치는 샤워필터와 접이식 전기포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체력과 열린 마음이었다. 체력이 부족하면 여행은 고행이 되고, 열린 마음이 없으면 낯섦은 불쾌함이 된다.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본인은 물론 동행자의 기분까지 상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린 다시 떠날 그날을 위해 지금 이곳에서 준비 중이다. 가을 여행을 앞두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여행을 준비하는 첫 번째 단계로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지난 3개월 동안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도 우린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러 나가려 한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가장 느리지만 아주 신나게 뛰는 여자를 보게 된다면, 그녀가 어쩌면 필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