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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01. 2024

[10화] 새로운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40대의 암 환자 경단녀, 취직은 포기하고 과외나 학원교사, 소자본 창업 등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사업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3개월간의 시간과 돈만 날리고 결국 사업자 폐업신청을 했다. 구두로 채용이 확정된 학원에서는 공사 핑계, 원장 개인사 핑계로 계약일을 차일피일 늦추더니 한 달이 넘어서야 학생 모집이 안 되어 교사가 필요 없어졌다는 연락을 톡으로 툭 보내왔다. 

 

“으악! 세상이 나한테 왜 이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옛 성현의 말이 나를 휘감고 약 올리는 듯했다.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노트북을 열고 자판을 두들겼다. 뭐라도 해야 했던 때이기도 했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전, 갑자기 찾아와 내 삶을 흔들어 놓은 ‘급성백혈병’부터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픔의 단어들은 경험의 문장이 되고, 진솔한 문단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되었다. 기왕 쓴 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말기 암 생존자가 전하는 투병 노하우’를 엮어 전자책을 발간하였다. 결과물이 나오고, 책이 팔리자 나 자신과 자연스럽게 화해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에서 ‘쉽지 않은 것을 이겨내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다시 인정해 주었다.  

   

 전자책을 쓰면서 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책을 쓰며 끙끙댔던 고통이 나를 강하게 밀어 강의를 등록하게 만들었다. 구에서 진행하는 평생학습관에 에세이 명작 읽기 반이 있었다. 구에서 지원하여 교육비가 무료인데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이상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즐거운 수업이 내 인생에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쉬는 시간을 기다려보지 않은 수업, 강의가 끝나면 아쉬운 수업, 고백하건대 처음이었다. 수업 시간, 나의 숙제나 실습 발표에 리액션 좋은 문우님들의 탄성과 박수, 공감 여왕 강사님의 합장과 칭찬 눈빛에 황홀해졌다. 그것 한번 받으면 2박 3일은 사람이 그렇게 여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내친김에 인생 처음으로 작은 에세이 공모전에 응모하였는데 최우수작(1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자책, 글쓰기, 공모전 선정 등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일하고 싶다’로 들어온 생각이 ‘글을 쓰고 싶다’로 바뀌며 요동치던 마음도 잔잔해졌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고 우울했던 1년 전과 다르게 요즘은 꿈꾸고, 끄적거리고, 배시시 웃는 일이 많아졌다. 브런치를 시작하였고, 블로그를 조금 더 부지런하게 운영하고자 하며, 좀 더 큰 수필 공모전에 도전하려 한다. 세상이 나를 고용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고용하면 되지 않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옛말이고, 오늘날은 잘 치료받은 후 삶의 방향을 바꾸어 다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졌다.     


 나는 왜 기술 하나가 없을까 한탄하며 소위 ‘금손’들을 부러워했다. 글도 재능이고 기술인 건데, 몰랐다. 내가 가진 건 작게 보이고 남이 가진 건 크게 보이는 것은, 서로의 케이크가 더 크다며 언니와 싸우던 어린 시절 때와 매한가지였다. 하마터면 언제까지나 질병 탓만 하며 살 뻔했다. 내 인생을 중도하차로 끝낸 망할 놈의 급성백혈병 타령 몇 절까지나 하며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으로 여길 뻔했다.

 

 삶을 바꾸는 데에는 로또 당첨과 같은 벼락 맞을 확률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약간의 도전 의지가 있다면 충분하다. 글을 엮어 책으로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어 도중에 전자책 발간을 몇 번이나 그만두려 했다. 에세이 수업 첫날,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평생학습관 건물을 찾다가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그때마다 하자는 내가 하기 싫다는 나를 이겨줘서 고맙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예전 한 회사의 광고 카피에 어쩌면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귀찮고, 두렵고, 부끄럽더라도 일단 노크하고 문 열어보자. 누가 아는가? 그 문 뒤로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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