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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1. 2024

40대 부부가 퇴사 후 한달살기를 하면서 받는 질문

파이어족, 그거 얼마면 돼?

4월, 제주도에서 만났던 남편 친구 부부가 이번엔 강원도로 재차 방문했다.

당일치기로 오가기에는 피곤할 있는 왕복 4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비를 뚫고 달려왔다.


친구는 우리 부부의 한달살이 삶이 궁금하다 하였고,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Q. 한달살기 5개월 차, 전반적 만족도는?


남편 A. 장단점이 확실해. 

난 원래 집돌이에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이거든. 한 달에 한 번씩 살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고, 새 동네의 마트, 맛집, 쓰레기 버릴 곳 등을 찾고 적응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긴 해.


하지만 보다시피 자유롭고 여유로워.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게 되고.


아내 A. 전 매우 만족스러워요.

여행을 좋아하는 성향이 반영된 만족도일 거예요. 이 기회가 아니었으면 살면서 안 가봤을지 모를 곳곳에서 한 달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 매우 다채로워요. 좀 더 깊게 숨 쉬며 사는 느낌이랄까요.


비 오던 날, 아이처럼. 꺄르르_대관령 숙소 잔디밭에서


게다가 이 삶을 선택하면서 제겐 직업이 생겼어요. 질병 퇴사 후 주부로만 지내다 지금은 전업투자자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기쁨도 꽤 크잖아요 ㅎㅎㅎ



Q. 궁금한 부분이었어요. 은퇴 후 한 달 살기는 돈을 쓰면서만 사는 삶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요?


아내 A. 저희는 전세금을 받아 투자하며 "벌면서 여행하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현재는 파이어족에 가깝지요. 한국미국 주식시장 개장 시 1시간씩 업무 하고, 낮에도 관련 공부를 해요.


제 경우, 100% 자유만 있는 삶은 쉽게 무기력함으로 연결될 것 같아요. 탄력 있는 피부에 주름살이 안 생기듯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생각해요.


저희는 원하는 일을 하며, 벌어서 쓰는 여행을 하고 있어요. 


맑은 날, 이불 털기가 뭐라고. 깔깔.


Q. 투자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아내 A. 1억은 현금으로 2년 치의 생활비를 확보했고요, 현재는 나머지의 60프로를 미국채권 etf, 25프로는 주식, 15프로는 코인으로 구성했어요.



Q. 그런데 투자하려면 꼭 공부를 해야 해요? S&P500인가...거기에 그냥 넣어두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남편 A. 넌 직장인이니까 매달 수입을 장기적으로 미국 지수 etf에 적립식 투자를 하면 되는데, 우린 수입 없이 목돈으로 투자를 하잖아. 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우려면 당연히 공부해야지.


아내 A. 공부라고 해서 거창할 것 없어요. 어쩌면 취미생활이고 더 작게는 관심이죠. 관심 있으면 그 분야 뉴스도 더 눈에 띄고 기사도 검색하게 되잖아요. 그 정도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관련 뉴스를 보고, 유튜브도 보고, 무슨 소린가 더 알고 싶으니깐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리포트도 찾아 읽는 거지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가는 게 저도 목표이긴 해요. 배당금만으로 삶이 가능해지는 단계가 되어 배당주와 지수 추종 etf에 넣어두고 신경 안 쓰고 사는 삶이요 ㅎㅎ



Q. 그러려면 얼마가 필요한 거예요?


 아내 A. 본인의 지출부터 파악되어야 계산이 가능해요. 저희 기준으로 답변드린다면, 한 달 살기 년 예산이 5천이니, 배당률을 세후 5%로 잡을 경우 투자 가용자산 10억이 필요하다는 거죠.


집에서 살면서 월 300을 쓰고 배당률 세후 5% 가정하면, 집+7 정도 필요하단 계산이 나와요.



Q.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생각보다는, 어마하게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군요


A. 지출을 줄이거나 수익률을 늘릴 수 있다면 더 적어도 가능하지요^^




2020~21년, 코로나로 인한 초 저금리&통화량 증가로 주식시장이 상승하자 '파이어족'이 잇달아 화두가 적이 있었다. 누군가의 성공사례를 간접경험하며, 직장인 마음속엔 사직서와 함께 파이어족에 대한 로망이 자리 잡은 듯하다.


혹시 누구나 겪는 '확 때려치울까'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한 생각이라면 얼마를 모아야 파이어족이 가능한지 계산부터 고 마음을 진정시키기를 권한다.


퇴사는 경험한 적 없는 자유이자 무한 가능성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누군가에겐 인생 내리막길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밝은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 부부를 배웅하고는 소파에 앉아 대화를 곱씹었다.


명확한 이유 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신중하라고 말리고 싶지만, 현재 삶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이 아이러니를 어찌 설명할 수 있으랴.


특히나 생의 유한성을 염두에 둔다면,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지 않을까?


파이어족과 관련한 대화에서 오늘의 결론은, 일단은 준비부터 할 것. 틈틈이 재테크 공부하고, 복리를 이용하여 적립식으로 자금을 모을 것.

30대 파이어족이건 60대 정년퇴직이건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준비된 각자의 몫이라는 것.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비 온 뒤 일몰은 사뭇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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