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성장하고 싶은 만큼
금주 금요일에 회사에서 사고를 쳤다. 대외비가 담긴 내용이 파트너에게 공유되었다. 이 문제가 발생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부끄러움과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를 느꼈다. 차분히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혼자 회고를 해보며 원인과 결과 그리고 업무 할 때 가져야 할 겸손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금주 금요일은 상담 및 세일즈 업무 연습을 하다 처음으로 상담 서포트를 하는 날이었다. 당연히 아직 잘 못하니 매우 쉽고 작은 업무가 주어졌고, 당연히 매우 쉽고 작으니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주변에 도와주는 동료도 있었고 미처 체크하지 못한 부분은 팀원들이 챙겨주었다.
참 이 작은 효용감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큰 에너지를 준다. 작은 일임에도 힘이 생겼다. 무사히 서포트 업무를 마치고 오늘 업무와 레슨런을 정리했다. 어떤 업무를 했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부족한 점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정리를 마치고 파트너에게서 사이트에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다른 동료들은 모두 바빴고 내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문제인지 확인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잠깐'
이 다음에 선행됐어야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있다. 동료에게 이 문제가 공유가 되었는지. 내가 주도한다고 했을 때 책임질 수 있는지.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인지 등이었다. 이걸 나는 그 짧은 찰나에 생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혼자 판단하고 섣부른 행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대외비가 빠져나갔다. 다행히도 COO님이 파트너 채널에서 나와 파트너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이를 처리해 주셔서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었지만, 이 대외비는 파트너들에게 매우 예민한 정보였고 그만큼 나의 독단적인 행동은 위험했다.
난 이 사건의 원인을 겸손함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수습 기간에는 기본적으로 겸손함을 탑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일에 대해 물어보고 행동할 의무가 있다. 이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고 하나씩 물으며 느리지만 안전하게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회고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어디까지 겸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성장하고 싶은 만큼'이다. 현시점에서 성장이라고 하면 매일 새로운 것들을 습득하고 체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판단은 보류하고 계속 물어보고 동료와 공유해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이라도 한번 더 확인하고 이를 확신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없이 겸손해져야 함을 깨달았다.
겸손해야 함을 깨닫고 던졌던 다음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이는 겸손해지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면서 겸손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우선 당장 겸손해지는 방법이 궁금했다. ‘겸손하자!’ 외친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팀의 질의응답 문화와 시스템을 활용하기였다. 고이 팀의 경우 질의응답 채널이 따로 존재하고 그 누구도 질문한다고 해서 한번 찾아보라고 답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질의응답 과정의 대부분이 노션과 슬랙에 히스토리로 잘 남겨져있다. 때문에 한 가지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질문을 하게 되면 적어도 한 가지보다는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일을 하며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일단 멈추고 노션 슬랙에서 확인해 본 뒤 없다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일종의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겸손의 방향이다. ‘겸손해지자, 그렇지 않으면 사고 친다’ 계속 이런 생각들을 반복하면 사람은 위축이 된다. 회사에서는 자아를 죽여야 한다지만 너무 밟으면 실행력과 자신감 등의 나의 장점이 밟힐 수가 있다. 조심하되 행동에 앞서 여러 방법으로 충분한 상황 및 정보 파악이 선행되었다면 그다음은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그리고 있는 일잘러의 모습까지 한참 멀었구나를 깨달았다. 앞으로도 넘어지고 깨질 것이다. 실수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를 경험 삼아 성장할 것이다. 어찌 됐든 필요한 건 다시 해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회고하고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해야 한다. 이것도 겸손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또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