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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Jul 31. 2023

아침풍경

아침일상이 있는 삶




"삐삐삐삐~~~~~~~"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소리.

일단 머리맡에 둔 알람을 끄고 잠시 선잠을 깨우고 침대매트에서 일어난다.

알람이 7시 20분에 맞춰져 있으니 대충 7시 반경이다.

일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물 마시기.

한 모금  입에 넣고 가글을 한 후 내뱉는다. 그리고 시원한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신다.

수면 중에 입안에 나쁜 균들이 생기니 첫 한 모금은 가글 후 뱉어내고 공복에 아침 물 한잔 마시는 것몸에 좋다고 해서 따라 하는 중이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뭐든 그냥 따라 해 보기 마련이다.


세종시 숙소 인근 야경



더운 여름이다 보니 일단 에어컨을 다.

그 후 냉장고를 열어 삶은 달걀 한 알과 건강음료, 두유나  단백질이 함유된 복합음료 그리고 간식 소시지를 꺼내어 싱크대 위에 둔다.

숙소를 나서기 전 바로 꺼내 가방에 넣으면 결로로 가방이 젖을 우려가 있다.

설왕설래가 있지만 아침 한 끼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 더 많아서 요즘은 가능하면 가볍게 챙겨 먹는 편이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은 거의 건너뛰었다.



기지개를 켜고 대충 스트레칭을 한 다음은  국민체조시간.

동영상을 틀고 2회를 연속 따라 한다.

국민체조가 끝나면 몸에 어느 정도 살짝 열기가 오른다.

다음으로 팔 굽혀 펴기나 스쿼트를 2~30회를  후 아침운동을 마무리한다.



양치질과 샤워를 하고 머리손질.

예전에는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이 끝이었지만 요즘은 스프레이로 모양을 내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속옷과 출근복을 입고 결로로 생긴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낸  후 아침식사를 가방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각종기구, 즉 에어컨, 환기구와 전등스위치를 끈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기 전 최종 마무리체크.

다시 한번 입으로 작게 소리를 내며 필수 소지품의 최종 위치를 확인한다.

"핸드폰, 지갑, 열쇠, 손수건~~~~"

최종 위치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드디어 현관문을 나선다.

때로는 위치 이탈로 이미 신은 신발을 벗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래도 요즘은 습관이 잘 들어 다소 양호한 편이다.

출발 시각 8시 30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고 출근길에 오른다.

지하 4층이라 숙소건물을 빠져나오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주차장이 넓어 운전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사거리 신호등 두 곳, 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 5곳을 지나면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한다.





사무실까지 거리  :  2.3 Km

소요시간  :  12분

오늘은 그나마 많이 걸린 편이다.

보통은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시계가 8시 50분을 가리킨다.

출근 소요시간 Door to Door  20분.

책상에서 가볍게 간편 식사를 하고 나면 오전 9시 업무준비 끝.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직장생활 근 38년 동안 아침에 이렇게 여유가 있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요즘은 보통 밤 11시 이후에 잠을 청하니 수면시간도 적정수면시간 이상인 8시간이 된다.

물론 옛날처럼 숙면을 취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오늘이 23년 7월 말이니 세종시 파견근무로 숙소생활을 한지도 달후면 일 년이다.

최근 일 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37년 동안 나의 아침은 대부분 5시 반쯤 시작되었다.

2000년 초반 한때 아침형  인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새벽형 인간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형 인간과 관련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성공을 위해  아침형으로 변신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난 직업의 특성상 직장생활 시작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강요된 아침형 인간.

건설사를 직장으로 택한 업보다.



1986년 건설회사에 입사한 이후 본사생활을 제외하고 근 30년을 현장에서 근무를 했었다.



현장의 일과보통 아침 6시 50분부터 시작된다.

국민체조를 시작으로 안전교육을 마치고 나면 7시.

직원들과 근로자들은 각자 자신의 일터로 배치되어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직원들은 적재적소에 자재와 인원이 적절히 배치되었는지? 일터에 위험요소는 없는지?를 확인한 후 아침식사를 위해 소위 현장식당이라고 하는 함바로 모여든다.

함바식당의 시계는 그즈음 8시를 가리킨다.

그래서 건설회사의 직원들과 근로자들의 아침은 5시경 기상으로 시작된다.

수도권에서의 평균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라고 하면  아침시간의 여유는 없다.

바삐 준비해서 출근하기에만도 시간이 빠듯하다.



해외근무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외현장의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중동에서는 직원들과 근로자들  대부분이 현장이나 인근에 설치된 숙소에서 생활을 한다.

출퇴근 거리는 가깝지만 공식업무시작은 무려 오전 6시다.

내가 근무했던 사우디 리야드 메디칼시티 현장은 5시 기상 사이렌으로 아침이 시작된다.

간단히 세면을 한 후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버스에 오른다.

현장이 넓다 보니 식당에서 사무실까지 버스를 운행한다.

퇴근 시간은 오후 9시.

점심시간(오침시간 포함 90분)과 저녁식사시간(60분)을 포함해서 무려 15시간을 근무한다.

업무시간이 길고 더운 날씨에 업무 강도도 만만치 않다 보니 피로가 겹쳐 아침시간의 여유는 아예 없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현장생활 한 달 정도 지나면  아침마다 고막을 괴롭히던 기상사이렌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



현장은 특성상 그렇다 하지만 본사근무도 그리 만만 친 않다.

90년대 초 본사 근무를 할 당시 내가 살던 신림동에는 회사 통근버스가 왔다.

통근 버스가 없는 곳보다는 더 나은 조건이었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통근버스 출발시각이 6시 20분, 회사에 도착하면 7시 반 이전.

본사 출근 시간이 8시니 보통 30분 이상 여유시간이 남는다.

30분의 여유가 아쉽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옥철 경험과 함께 시간적, 경제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결국 최종선택지는 출근버스 이용이었다.

90년대 건설회사 본사업무는 삼시세끼 밥 먹듯이 야근을 다반사로 하던 시기여서 당연히 아침의 여유는 없었다.



드디어 직장생활의 꽃이라고 불린다는 임원시절.

임원들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보니 굳이 일찍 출근할 필요는 없지만 매일 열리는 임원 티타임.

나중에 30분 늦춰지긴 했지만 처음에는 7시부터 시작되었다.

커피나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매일 사업부별 차담회를 가지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뉴스로 시작하는 티미팅은 짧게 잡아도 한 시간은 걸린다.

그러다 보니 임원시절의 아침도 평소와 다름없어 역시나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33년의 세월을 아침형 인간으로 보냈던 회사를 2018년 말에 퇴사를 했다.



일 년 휴식기를 거치고 근무를 하게  된 또 다른 건설사.

서울에 있는 본사 8시 반 출근으로 과거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당연히 아침 티미팅도 없었다.

그렇지만 서울 인근 신도시에서 도심으로의 출근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차량정체가 심한 출근시간대에 이동보다는 차라리 교통이 원활한 이른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당연히 6시 이전 집에서 출발해서 7시 이전 사무실 도착.

어떤 경우이든 수도권의  삶에서 아침시간의 여유를 가진 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  근무하게 된 회사가 세종시 개발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되어 작년 8월 말부터는 세종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10여 년 전 세종시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한 적이 있었기에 세종시는 내겐  설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당시에 절대 누려볼 수 없었던 아침과 저녁시간의 여유를 맘껏 즐기고 있다.



오전 9시 출근과 출퇴근 소요시간의 짧음,

그 덕분에~~~.



언제까지 지속할 진 모르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내게도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아내와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일생에 한 번쯤은 이런 작은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아침  일상을 즐기는 삶~~

수도권에서 출퇴근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오랜만에 아침과 저녁 시간의 여유를 부려본다.



책도 읽고, 드라마도 몰아보고, 춤도 추고, 퇴근 후 조깅, 가벼운 산행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세종 전월산정상에서 바라 본 일몰ㆍ퇴근 후 정상에 올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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